소로스의 중부유럽대학, 헝가리 정부 타깃 된 이유는?

입력 2017-04-10 18:03 수정 2017-04-10 21:23
헝가리 시위대가 9일(현지시간) 수도 부다페스트의 의회 앞에서 교육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내용이 적힌 종이를 띠 모양으로 만들어 들어올리고 있다. 개정안에는 미국의 세계적인 투자가 조지 소로스가 설립한 중부유럽대학(CEU)을 폐쇄하는 내용이 담겼다. AP뉴시스

헝가리 정부가 자국 출신의 세계적인 투자가 조지 소로스(86)가 수도 부다페스트에 설립한 대학을 폐쇄하려 하자 현지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영국 BBC방송은 헝가리 시위대 7만여명이 9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 의회 앞에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추진하는 교육법 개정안에 맞서 “대학을 해방하라”고 외쳤다고 보도했다. 학생과 시민들은 개정안이 총리와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있는 중부유럽대학(CEU)을 폐쇄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규탄했다.

소로스가 1991년 설립한 CEU에는 세계 100여 개국의 학생 1400여명이 재학 중이다. 교육법 개정안에는 외국에 등록된 대학이 외국과 헝가리에서 모두 인정하는 학위를 발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CEU는 미국 뉴욕주에서도 인가를 받은 학교로 뉴욕과 헝가리 어느 곳에서 딴 학점으로도 학위를 받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경봉쇄 정책과 반(反)난민 정책을 지지하는 오르반은 소로스가 난민과 외국인의 유럽 내 수용을 지지한다고 보고 견제하고 있다. 또 헝가리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오르반은 지난 2월 소로스를 겨냥해 “대형 포식자가 나라를 휘젓고 다닌다”면서 “헝가리는 막대한 자본력을 지닌 소로스의 제국”이라고 주장했다.

개정안은 의회를 통과해 대통령 서명을 남겨둔 상태다. 시위대는 야노시 아데르 헝가리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시위가 격화되면서 오르반을 향한 반감도 거세지는 양상이다. 시위자들은 오르반을 독재자를 의미하는 ‘빅테이터(Viktator)’라고 부르면서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다. 7년 집권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