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체 약해져… 현 위치에 거치

입력 2017-04-10 17:53
3년간 바닷속에 잠겨 있던 세월호 선체가 예상보다 약해져 있어 육상거치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미수습자·유류품 수색과 사고원인 규명 계획도 변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철조 해양수산부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은 10일 목포신항 브리핑에서 “선체 구조가 약화된 세월호를 더 옮길 경우 선체가 변형될 수 있다”며 “현재 위치에 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날 세월호는 객실부가 북쪽을 향한 상태에서 특수이송장비 모듈트랜스포터(MT)에 실린 채 부두 위로 올라왔다.

당초 계획은 이날 반잠수식 선박에 있던 받침대를 항구 북쪽 부두에 설치하고 그 위에 객실부가 부두 안쪽인 동쪽을 향하도록 세월호를 옮겨서 내려놓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월호 선체 변형이 발생해 더 움직이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세월호 선체 중간부터 선미 쪽으로 꼬이는 현상과 선수·선미에서 휘어지는 현상이 복합적으로 확인됐다. 세월호가 전체적으로 뒤틀려 있다는 의미다. 데크(난간)가 있는 선수 쪽보다 객실이 밀집하고 하층부 증·개축이 이뤄졌던 선미 쪽이 부두 바닥 쪽으로 더 많이 기운 모습은 육안으로도 확인된다. 변형은 침몰 당시부터 시작돼 인양 과정에서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면 위로 올라온 뒤로는 급격한 부식도 진행되고 있다.

이에 받침대를 현재 세월호가 있는 위치에 설치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세월호가 올려져 있는 MT 사이에 받침대를 넣는 방식이다. 받침대 이설작업은 11일 오전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받침대가 모두 설치되면 MT는 유압을 조절해 세월호를 내려놓는다. MT가 모두 빠져 나오면 지난달 22일부터 시작된 세월호 인양작업은 마무리된다.

세월호 거치가 완료되면 일주일간 방역, 안전도 검사를 실시한다. 미수습자를 찾기 위한 사전작업이다. 이 단장은 “구체적인 수색계획은 이르면 이번 주말, 늦으면 다음 주 초까지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가 약해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수색작업에 앞서 선체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절차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체 변형으로 사고원인 규명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