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깎는 긴축 ‘채무1위’서 ‘채무제로’… 용인의 새출발

입력 2017-04-11 19:05
지난 1월 17일 ‘채무제로’를 선언한 용인시의 청사 곳곳에는 이를 알리는 현수막과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용인시 제공
현장 밀착행정을 강조하는 정찬민(사진 왼쪽) 용인시장이 지난 2015년 9월 악취 민원을 확인하기 위해 처인구 포곡읍 유운리 돈사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용인시 제공
정찬민 시장의 내방객 접견실에는 시민들의 시정 제안 내용이 빼곡한 대형 메모장이 걸려 있다. 용인시 제공
정찬민 시장이 지난 2015년 7월 악취 민원을 제기한 포곡 쉐르빌 아파트를 찾아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정 시장은 이날 아파트 주변에 천막을 치고 1박하며 직접 악취의 심각성을 체험했다. 용인시 제공
정찬민 용인시장
한때 파산위기까지 몰리며 ‘전국 지방자치단체 채무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던 경기도 용인시가 환골탈태했다. “채무를 없애겠다”고 다짐했던 민선 6기 정찬민호(號)는 당초 예정보다 1년 6개월을 앞당겨 지난 1월 17일 ‘채무제로’를 선언했다. 용인시는 여세를 몰아 교육, 복지, 도시기반시설 확충 등 3대 분야에 집중 투자하며 수도권을 넘어 대한민국의 중심도시로 우뚝 서고 있다.

불가능해 보였던 ‘채무제로’ 달성

2014년 7월 8000억원에 달하는 채무를 떠안고 출범한 민선6기 정찬민 시장은 취임하자마자 ‘임기 내 채무 제로화’를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긴축재정을 바탕으로 엄격한 채무관리계획을 세우고 공무원이 앞장서 실천에 들어갔다. 5급 이상 공무원은 기본급 인상분을 자진 반납했고, 직원들은 맞춤형 복지포인트를 50%나 삭감하는 등 경상비 절감에 나섰다. 시민체육공원 등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은 시기를 늦추거나 축소했다. 또 사전재정심사 및 지방재정 투·융자사업의 심사제도를 강화해 대규모 투자사업도 과감히 축소했다.

세수증대를 위해 체납세 징수율을 높이고 유휴 공유재산을 매각해 세입을 확대했다. 이자가 높은 차입금은 조기상환하거나 저리의 차입선으로 전환해 이자를 절감했다.

반면 산업단지 및 기업 유치를 위해선 유치단을 이끌고 국내외를 누볐다. 채무의 주요 요인 중 하나였던 역북지구 토지매각을 위해서도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세일즈 행정을 폈다. 마침내 지난해 12월 말 민관이 하나돼 고통을 감내한 끝에 2년 반 만에 채무제로를 조기 달성했다. 불가능해 보였던 목표를 1년 반이나 앞당겨 이뤄냈다.

재정 여유분은 시민들에게

채무제로 달성으로 생긴 재정여유분은 교육과 복지, 도시정비 등 3대 분야에 집중 투자되고 있다. 모든 학생들이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공부할 있도록 ‘학교노후시설 개선사업’에 101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지난해(20억원)보다 5배 늘어났다.

친환경 로컬푸드에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어난 25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학생들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관내 농가소득 증대에도 기여할 수 있어 ‘일석이조’인 정책이다.

복지 분야에선 ‘태교도시’라는 도시브랜드에 맞춘 지원정책이 눈길을 끈다. ‘원스톱 모자보건서비스’는 예비부부의 산전검사, 태교, 임산부 건강관리, 영유아 건강서비스 등 보건소 각 부서에 분산된 임산부 지원업무를 하나로 통합해 생애주기(단계)별로 관리하고 임산부들에게 통합적인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한다.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소외지역에 대한 도시기반시설 확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처인구 일부 읍·면·동은 인구밀도가 낮고 사업경제성이 떨어져 상하수도와 도시가스 같은 기반시설이 부족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어왔다. 이에 올해 본예산 기준으로 83억의 예산을 반영해 총 26건 26㎞ 구간에 대한 배수관로 설치공사를 진행한다.

15억원을 투입해 처인구 유방동 버드실 마을, 처인구 모현면 매산리 등 10곳의 미공급 지역에 도시가스가 공급될 수 있도록 배관설치를 지원한다. 동부권 도시개발에 따른 인구증가를 감안해 안정적 하수 처리를 위해 용인·남사·기흥·구갈 레스피아의 증설·개량사업도 진행 중이다.

민·관 합심으로 미래성장 원동력 마련

3298억원의 빚더미를 안고 있던 도시공사가 지난해 6월 채무제로의 우량 공기업으로 탈바꿈됐다. 애물단지였던 경전철은 분당선과 환승할인제 등을 통해 일일탑승객 4만명, 누적승객 2000만명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뤘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투자하기 좋은 도시·규제개혁의 도시·인허가 1등 도시로 자리매김하며 경제자족도시로의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산업단지가 23개나 조성되고 있다. 광주∼에버랜드 복선전철 국가철도 계획 반영 및 신분당선 연장선 개통, 서울∼세종간 고속도로 상 원삼·모현IC 확정 등으로 교통 인프라도 더욱 확대됐다.

한때 호화청사라는 비아냥을 듣던 시청사는 시민에게 대폭 개방돼 소통행정의 상징으로 변신했다. 2015년부터 청사 앞 광장이 여름에는 물놀이장으로, 겨울에는 썰매장으로 이용되면서 매년 수십만명의 시민이 찾는 명소가 됐다.

마침내 용인시대가 열린다

함께 나눠 커지는 복지와 시민 안전이 최우선되는 안심도시 용인, 내일을 여는 경제자족도시 용인 실현이 현실화되고 있다. 현장 밀착행정의 지속적인 확대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민 속으로 들어가 시민에게서 답을 찾는 행정이 단순히 생활 속 시민불편사항을 해결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시정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엄마특별시 용인, 태교도시 용인, 안전도시 용인이라는 독창적 도시브랜드가 자리를 잡고 있다. 더불어 ‘교육문화도시 용인’이라는 이미지까지 더해졌다. 명실상부한 ‘용인의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정찬민 용인시장 “시민과 함께 가꾸는 ‘사람들의 용인’ 만들 것”

“시민과 함께 나누고 가꾸는 ‘사람들의 용인’을 만들겠습니다.”

정찬민 경기도 용인시장을 만나려면 시 청사가 아니라 현장으로 가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 중 누구보다 자주, 역동적으로 현장을 찾는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그의 확고한 철학 때문이다.

정 시장은 지난 1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장에 가서 보고, 주민의 목소리를 들은 다음 함께 간 담당 공무원의 의견을 듣고, 가능하면 현장에서 해결방안을 제시한다”며 자신만의 현장방문 철학을 밝혔다.

2015년 7월 포곡읍 쉐르빌 아파트 주민의 민원을 해결한 과정이 대표적이다. 그는 ‘악취가 심해 견딜 수가 없다’는 민원에 대해 ‘어느 정도인지 직접 느껴봐야 겠다’는 판단에 따라 아파트 부근에 텐트를 치고 담당 공무원 등과 숙박체험을 했다.

주민들도 처음에는 정 시장의 행동을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곧 마음을 열었고 덕분에 원만하게 민원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주민들은 “고통을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신뢰를 줬다”고 평가했다.

정 시장은 민선 6기 시장 취임 당시 ‘임기 내 채무제로 달성’을 선언했는데 임기를 무려 1년 반이나 남겨 놓은 상태에서 앞당겨 달성했다. 민관이 함께 노력해 일군 쾌거지만 무엇보다 정 시장의 ‘경제자족도시 용인’ 실현을 향한 행보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도전적인 ‘세일즈 행정’도 그의 자랑거리다. 정 시장은 “취임 당시 한 곳도 없던 산업단지를 지난해 말 현재 23곳이나 유치해 조성 중”이라며 “최근에는 도농복합도시 용인의 균형발전을 위해 농촌지역인 처인구에 네덜란드 대형 화훼그룹과 손잡고 국내 최대 규모의 원예유통단지 건립을, 도시지역인 기흥구에는 대단위 뷰티산업단지를 유치했다”고 강조했다.

정 시장은 “‘사람들의 용인’이라는 비전 안에서 품격 있는 ‘문화도시’, 상생하는 ‘복지도시’, 인성이 풍부한 ‘교육도시’를 만들어 인구 100만 대도시에 걸맞은 미래상을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기존의 나쁜 관행이나 타성에 젖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문득 정 시장 뒤편에 걸려 있는 ‘용인시 세 글자만 두고 다 바꾸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가 올해 ‘용인시’라는 정체성만 남겨 두고 시민들이 원하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실천 의지의 표현으로 집무실에 직접 걸어 놓은 문구다.

용인=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