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지지율… 뚜껑 열기 전엔 모른다

입력 2017-04-11 05:00

대선 주자 지지율이 1주일 새 10% 포인트 이상 급등락하며 출렁이고 있다. 1차적으로는 유례없는 현직 대통령 탄핵이 가져온 정치적 관심 확대가 불러온 현상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선거 유동성이 급변하는 추세다. 민족주의적 경향이 강한 극우 세력의 대두,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진보 진영이 약진하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복잡한 국내 정세까지 맞물리면서 19대 대선 당일까지 승자를 예측하기 어려운 혼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갤럽의 정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지지율은 10%에서 35%까지 치솟았다. 특히 3월 마지막 주 19%에서 지난주 35%로 1주 새 16% 포인트나 급등했다.

이런 현상은 올 초부터 반복됐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월 첫째 주 정례 조사에서 전주에 비해 10% 포인트나 떨어진 8% 지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안희정 충남지사는 3%에서 10%로 증가했다. 1주일 새 10% 포인트 안팎으로 지지율이 요동치는 이상 현상이 3개월 이상 계속되는 셈이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의 급등락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들이 ‘반문(반문재인)’ 감정을 기반으로 한 ‘유목형 보수·중도’ 표인지, 아니면 기존 정치세력에 환멸을 느껴 대안을 찾는 표인지는 캠프별로 해석이 엇갈린다.

이런 현상은 외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2주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 대선도 비슷하다. 프랑스 여론조사 기관 엘라브 조사 결과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후보의 지지율이 지난 2월 4주 28.0%에서 4월 1주 23.5%로 하락했다. 중도신당 ‘앙 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는 같은 기간 18.5%에서 23.5%로 상승했다. 극우·중도 후보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자 극좌 성향의 좌파당 장 뤼크 멜랑숑 후보가 10.%에서 17.0%로 수직 상승하는 반작용도 나타났다.

지난해 끝난 미국 대선은 이러한 혼전이 극에 달한 선거로 평가받는다. 대선 당일까지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크게 정치혐오감 확산, 외부자에 대한 기대심리 강화, 강한 리더십에 대한 열망 등으로 분석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10일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반감과 SNS의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며 “정치혐오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인한 강한 리더십에 대한 희구(希求)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0년대 들어 유력 정치인이 새로운 세대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차세대 리더 발굴 실패로 정당 기능이 약화됐으며, 유권자 힘이 강해졌다. 선거 때마다 후보가 탈락하고, 후보 간 우열이 달라지며, 수시로 새로운 구도와 쟁점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정치 지형의 변화 조짐도 감지된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야권 주도 대선이 펼쳐지면서 지역주의가 사라진 대신 이념과 세대가 새로운 변수로 부상했다”며 “지역주의 하나로 풀 수 없는 수많은 쟁점이 생기면서 이념이 지역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론조사 수치가 매주 급등락하고, 정치 쟁점이 시시각각 변하면서 대선 향배는 더욱 가늠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대선 2주 전쯤에는 승패를 알 수 있었지만 지금은 유동성이 강하다. 특히 이번 대선은 선거기간도 굉장히 짧고, 대통령도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 트럼프 정부와 북한의 상황까지 고려하면 선거 직전까지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윤 교수도 “지금 여론조사는 근사치도 의미가 없다”며 “유권자들도 속마음을 드러냈다고 보기 어렵다. 돌발변수나 숨은 표가 많아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김판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