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뒤 칼 꽂는 건 도리 아냐” 홍준표, 박근혜 출당 거부

입력 2017-04-10 18:13 수정 2017-04-10 21:18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10일 오전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 대강당에서 열린 경남지사 퇴임식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뉴시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는 10일 “내 선거에 다소 유리하게 판을 이끌어가려고 이미 정치적으로 사체가 돼 버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등에 다시 칼을 꽂는 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이 보수 후보 단일화의 전제조건 중 하나로 제시한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에 대해 거부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보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홍 후보는 경남 창녕의 부모 묘소를 참배한 뒤 “박 전 대통령은 파면되고 구속됐다. 어떻게 보면 이중처벌을 받았다”며 “이미 회복할 수 없는 지경이 됐는데 또다시 출당을 요구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소되면 당원권 정지를 하는 것이 당헌·당규에 맞다”며 “바른정당 사람들이 그 점에 대해 양해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또 친박(친박근혜) 핵심 인사 인적 쇄신과 관련해 “친박은 이미 없어졌다. 마지막 친박(조원진 의원 지칭)까지 탈당했다”며 “그것(인적 쇄신)은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지지율에 관해 “반기문, 황교안, 안희정을 떠돌던 반(反)문재인 표심이 호남 2중대장(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가 있지만 곧 우리 쪽으로 돌아오리라 믿는다”고 했다.

이에 앞서 홍 후보는 경남도청에서 퇴임식을 가졌다. 공직선거법 53조에 따라 대선 30일 전인 4월 9일 경남지사 직에서 물러나며 본격적인 대선운동의 시동을 건 것이다. 홍 지사는 “(경남지사를 지낸) 4년4개월의 하방(下放)이란 귀중한 경험과 성과를 가지고 천하대란의 현장으로 나간다”고 강조했다. 홍 지사는 퇴임사 말미에 “존경하는 도청 가족들, 정말 고마웠다”며 소회를 밝히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또 “(글을 알지 못했던) 제 어머니 같은 분이 잘살 수 있는 나라를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퇴임식 직후 자신의 ‘꼼수 야반 사퇴’를 비난하며 시민단체 회원들이 자신의 차에 소금을 뿌리자 “민주노총 사람들이다. 4년 내내 그랬다”며 “같이 싸웠더라도 가는 날인데, 못된 놈들”이라고 비난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