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에서 정책 경쟁은 실종되고 비난 경쟁만 뜨겁다. 일정 수준의 네거티브 전략은 이해되지만 현재 모습은 상식과 도리에서 벗어나도 너무 벗어났다. 이러니 잘난 사람 뽑는 선거가 아니라 덜 못난 사람 뽑는 선거라는 자조마저 나온다. 정상이 아니다. 이런 현상은 이번 대선이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양강 구도로 굳어지면서 심화됐다. 두 후보 측이 자신의 장점을 부각하기보다 상대방 흠집잡기에 치중하면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자신만의 언어와 정책 비전이 없으니 미래가 안 보이는 건 당연하다.
문 후보는 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패 기득권 세력이 안 후보를 내세워 정권 연장과 복권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리 말하면 안 후보가 적폐 세력과 손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들 준용씨 취업 특혜 의혹에 대해선 “해명이 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문 후보의 해석과 설명은 합리적이고 근거도 있다. 아들 취업 특혜에 대해서도 억울한 측면이 적지 않을 것이다. 안 후보 역시 선거운동에 조직폭력배를 동원했다는 의혹과 사이비 종교단체에 연루됐다는 지적에 대해 원론 수준의 해명을 반복하고 있다. 또 딸 설희씨 재산 공개 문제와 관련한 의혹, 부인의 서울대 교수 임용 문제에 대해서도 상대 후보의 흠집잡기로 인식하며 문제없다는 답변만 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두 후보 측 반박이나 설명을 선뜻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두 후보는 합리적 의심에 대해서는 성실하게 답변할 책무가 있다. 만일 허무맹랑한 의혹을 제기하면 역풍을 맞게 된다. 국민들이 그 정도는 분별할 만큼 지혜롭다는 것을 후보들은 알아야 한다. 따라서 제3자 입장에서 볼 때 상대를 탓하기 전에 국민 눈높이에서 스스로의 문제점을 먼저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티끌만 문제 삼는 후보는 대통령이 될 수도, 되어서도 안 된다. 최근 두 후보 진영이 보이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 검증은 피하고 상대를 향한 비난만 쏟아낸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이래선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없고, 통합을 이끌어낼 수도 없다.
우리는 그동안 대선 후보에 대해 가혹하리만큼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갑자기 선거가 치러지는 바람에 후보를 검증할 시간이 짧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는 일이 다시는 있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누가 국정 운영을 잘할 것인지, 어느 후보의 정책이 국익에 부합되는 것인지를 따지고 또 따져야 한다. 만일 후보 검증에 실패하고 그 폐해가 집권 이후에 나타나게 되면 이는 대통령의 불행이자 국민들의 불행이다.
[사설] 文·安, 제 눈의 들보부터 봐라
입력 2017-04-10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