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창업 열풍] 한국 공장-中 소매업체 연결… “맞춤 브랜드의 ‘리앤펑’으로 키울 것”

입력 2017-04-10 20:03
온라인 남성복 맞춤 업체 ‘십분정제’의 박민수 대표가 이달 초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사무실에서 맞춤 셔츠를 만지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십분정제(十分定制) 박민수(36) 대표를 만났다. 중국이 사드 문제로 경제보복 강도를 높이고 있을 때라 복층 구조의 아담한 사무실에 앉자마자 걱정이 앞섰다. 박 대표는 “처음부터 ‘한국’을 강조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광고도 하지 않고 정말 납작 엎드려 있다”고 말했다.

십분정제는 온라인 남성복 맞춤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업체다. 십분은 중국으로 ‘충분히·아주’, 정제는 ‘맞춤 제작’의 뜻을 담고 있다. 중국 맞춤 셔츠 전문 소매업체와 한국의 생산업체를 연결해주기 때문에 직접 중국 소비자를 만나는 곳은 중국 소매점들이다.

박 대표는 2015년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경영대학원) 졸업 뒤 바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투자받은 돈은 4억원이 조금 넘는다. 사업 초기지만 올해 8월 기준 매출 11억원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전망이다. 내년에는 매출 74억원, 2019년은 195억원이 목표다.

박 대표는 중국의 무한한 시장을 보고 사업에 나섰다. 한국의 남성복 시장 규모는 4조원대지만 중국은 156조원대에 이른다. 그는 “개성을 중시하는 세대가 늘고 있고 비만 등 체형 변화로 맞춤 의류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대기업에서 해외 영업을 담당했다. 본사가 동대문 의류상가 근처여서 옷 쇼핑을 위해 쏟아져 들어오는 많은 중국인들을 보게 됐다. 그는 사업 기회가 있겠다고 생각하고 퇴사한 뒤 2013년 초 어학연수를 거쳐 그해 9월 베이징대 MBA(경영학석사) 과정에 등록했다. 박 대표는 “사실 MBA 2년 동안 공부보다는 중국 주요 도시 20곳을 여행하며 사람들을 사귀고 소비 트렌드를 분석했다”고 말했다.

그의 몸속에는 오래전부터 ‘창업 DNA’가 꿈틀대고 있었다. 대학 시절 밴드 동아리에서 베이스 기타를 쳤던 그는 미국 인터넷 쇼핑몰 이베이에서 악기를 사다 국내에 팔면서 나름 ‘풍족’한 대학생활을 했다. 베트남에서 오토바이, 대만에서는 헬멧을 수입해 팔기도 했다.

맞춤옷은 기성복에 비해 재고 리스크가 없다는 게 장점이다. 십분정제는 소매업체와 공장을 연결해주기에 공장도 영업 매장도 물류창고도 필요 없다. 현재는 맞춤 정장을 원하는 사람들이 십분정제 온라인을 통해 주문하지만 앞으로는 소비자가 십분정제를 거치지 않고 직접 소매업체에서 주문하도록 할 방침이다. 맞춤 제품 전문 유통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앞으로 고급 제품들을 유럽과 일본에서 맞춰 전 세계에서 팔고, 기성과 맞춤의 중간 제품은 중국에서 맞춰 한국에도 팔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구두와 정장으로 제품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그의 꿈은 십분정제를 맞춤 브랜드의 ‘리앤펑’으로 키우는 것이다. 중국의 리앤펑은 매년 20억벌 이상의 기성복을 판매하며 매출이 20조원이 넘는 글로벌 기업이다. 십분정제와는 기성복과 맞춤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기본 영업구조는 같다.

창업을 생각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그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아이디어를 오픈하고 피드백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면서 “아이디어를 뺏길 우려보다는 피드백을 받으면서 아이디어가 구체화되고 발전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베이징=글·사진 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