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심판의 칼을 빼들고 달려오시는 하나님

입력 2017-04-11 00:02

이 땅에 악이 횡행해도 좀처럼 하나님의 심판이 임하지 않는 때가 있습니다. 불의가 판치고 악한 자들이 득세하며 그들의 횡포아래 선량한 사람들이 고통 받는 모순과 부조리가 가득해도 하나님은 침묵으로 일관하십니다. 이 세상을 공의로 판단하는 하나님이 안 계신 것 같습니다. 계셔도 요지경의 세상에 관여하시지 않고 이 세상을 악한 세력이 주관하도록 내버려두신 것 같습니다. 이런 악한 시대에는 사람들 안에 공의의 하나님이 안 계시다는 어리석은 생각이 강해집니다. 시편 기자가 말했듯이 “어리석은 자는 그의 마음에 이르기를 하나님이 없다”고 합니다.(시 14:1)

지금이 바로 그런 악한 시대라는 걸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를 보면서 더 절감하게 됩니다. 어떻게 그런 짓을 하면서 발각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을까요. 그들에게 심판하시는 하나님이 있다는 의식이 눈곱만큼이라도 있었다면 악을 행하기에 그렇게 담대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사람들만 속이면 영원히 그들의 악행이 묻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 어리석고 악한 마음이 결국 하나님의 심판을 불러온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이 땅에서도 자신의 악행에 대한 심판이 있다는 의식이 없이 악을 마구 행하는 이들에게 조만간 하나님의 무서운 심판이 홀연히 임할 것입니다. 어떤 목사나 교인들이 사는 것을 보면 세상의 악인, 무신론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그들의 죄를 심판하신다는 의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렇게 거짓되고 위선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하나님을 도무지 두려워하지 않는 목사와 교인들이 적잖습니다. 심판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과 경건은 비례합니다. 그에 대한 뚜렷한 의식과 두려움을 가지고 살 때 우리는 죄를 멀리하는 삶을 삽니다. 그러나 이 의식이 흐려질 때 죄 짓는 일을 가벼이 여깁니다. 그런 의식과 두려움이 없다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심판이 임박했다는 증거입니다.

하나님의 심판이 오래 지체되는 것은 하나님이 악인들에게 회개의 기회를 주시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죄와 불의를 오래 참으십니다. 악을 행할 때마다 진노의 철퇴로 내려치시면 살아남을 자가 없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악인을 당장 멸하시는 것보다 악인에 대한 진노를 억제하는 데 훨씬 더 큰 힘을 쓰십니다. 밥 먹듯 악을 행하는 불의한 자들이 징벌을 받지 않고 버젓이 살아서 활보한다는 자체가 공의의 하나님이 안 계시다는 증거가 아니라, 오히려 악인을 오래 참으시는 자비하신 하나님이 계시다는 증거입니다.

자비로우신 하나님이 오래 참으시는 가운데 자기 아들을 인간으로 보내어 악인에 대한 당신의 진노를 그에게 쏟아 부으셨습니다. 십자가에서 예수님이 우리 악인들 대신 하나님의 진노의 심판을 받으신 겁니다. 우리 죄인을 향해 내리치는 하나님의 무시무시한 복수의 칼을 주님이 우리 앞을 막아서서 대신 맞으셨습니다. 주님이 낭자하게 흘린 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진노를 진정시키는 화목제물이 되셨습니다. 그로 인해 우리에게서 하나님의 심판과 복수가 지나갔습니다. 예수님이 임박한 하나님의 심판을 피하는 유일한 피난처입니다.

하나님의 심판이 이 사회와 교회에 시작된 것 같습니다. 그동안 잠잠하셨던 하나님이 심판을 위해 일어나셨습니다. 심판하시는 하나님이 무서운 심판의 칼을 빼들고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계십니다. 부패한 교회와 사회를 심판의 불로 정화하실 것입니다. 모두 바짝 엎드려 주님의 자비를 구할 때입니다. 우리를 심판하실 심판자가 우리 대신 심판을 당하신 십자가를 붙들도록 해야 할 때입니다. 그러면 우리를 혹독하게 치시는 하나님의 심판의 손이 우리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은혜의 손길로 돌변할 것입니다. 이번 고난주간과 부활절이 우리 민족과 교회 역사에 이런 분기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부패한 교회와 나라는 침몰하고, 상하고 깨진 세월호와 함께 비극과 실패를 딛고 새로운 한국교회와 사회가 떠오르기를 소원합니다.

박영돈 (고려신학대학원 교수)

약력=△연세대 졸업 △미국 예일대·웨스트민스터신학교 졸업 △저서 ‘일그러진 한국 교회의 얼굴’ ‘톰 라이트 칭의론 다시 읽기’ ‘별들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