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슬픈 범죄] 축복 받지 못한 탄생… 한 해 302명이 버려진다

입력 2017-04-10 17:50 수정 2017-04-10 21:10
새 생명은 축복 그 자체다. 지난해 태어난 40만6300명(통계청 기준) 대부분이 축복 속에 태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302명의 갓난아기는 축복 대신 버림을 받았다. 109명은 길 위에, 193명은 베이비박스에 버려졌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버려진 아기는 717명에 이른다. 경찰 통계를 기준으로 한 최소치다. 2013년 말쯤부터 베이비박스 유기는 형사입건에서 제외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기된 영아는 최대 1401명, 경찰 통계치의 배 가까이 늘어난다.

분석 결과 아기 셋 중 하나(50명, 35.46%)는 태어난 당일 버려졌다(보도·판결 141건 기준). 눈도 뜨지 못한 상태였다. 생후 1주 전에 버려진 아이도 90명에 달했다. 열 중 여덟(108명, 76.60%)은 생후 4주, 통상 신생아로 불리는 기간조차 부모 품에서 보내지 못했다.

아이들이 유기된 곳은 야외가 40건(28.37%)으로 가장 많았다. 약수터, 길바닥, 아파트 화단, 폐가 등 다양했다. 생존하기 불가능한 장소에 버려진 신생아들이 다수를 차지했다는 뜻이다.

그 다음이 교회, 절, 베이비박스 등 아이를 맡아줄 것 같은 장소(17.02%)와 병원(15.60%) 순이었다. 음식물쓰레기통이나 쓰레기장에 버린 경우도 3건 있었다.

6년 동안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는 1000명이었다. 2011년 25명에서 지난해에는 193명까지 늘었다. 장애가 있는 아이는 21명이었다.

버린 사람은 누구였을까. 사건이 재판까지 넘어간 69건을 기준으로 피고인 열 중 여덟(62명, 78.48%)은 여성이었다. 남성은 16명에 불과했다.

지난 6년간 경찰에 입건된 영아 유기 피의자 성별을 봐도 358명 중 284명(79.33%)이 여성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미혼모일 가능성이 높다. 베이비박스에 담긴 편지 100통 중 63통은 미혼모가 놓고 간 것이다.

■ 어떻게 자료 수집했나

국민일보 사건팀은 법원 법무부 국회 보건복지부 경찰청 등을 통해 2011∼2016 영아 유기 1심 판결문 69건과 기존 보도 72건을 수집해 분석했다. 형사입건은 되지 않지만 영아 유기의 일종인 베이비박스도 사례에 포함시켰다.

우선 법원도서관에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영아 유기 판례 전수를 찾았다. 판결문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실의 도움을 받아 확보했다. 소년사건 등 사법부에서 비공개 처리한 일부 판결문은 제외했다.

또 해당 기간 영아 유기 사건을 다룬 언론 보도를 모두 찾아 이미 확보한 판결문과 중복되는 사건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종합했다. 베이비박스에 남겨진 편지 100통은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제공받았다.

글=임주언 기자 eon@kmib.co.kr, 일러스트=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