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고가도로가 1970년 준공 이후 40여년 만에 공중보행 정원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논란이 있었으나 보행전용을 전제로 한 리모델링을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공중정원이 2017년 새봄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1970년의 고가도로 시작과 2017년의 새로운 탄생을 기념하여 명칭도 ‘서울로(seoullo) 7017’로 했다. 우리 도시들은 선진국의 보행자 우선 정책을 수용해 2000년 이후 보행자 중심으로 바뀌어가고 있는데, 서울로 7017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청계천 복원(2005), 시청 앞 잔디광장(2004), 광화문광장(2009) 조성 등이 차로를 줄이고 보행공간을 획기적으로 늘린 대표적 보행자 중심의 도시 구조 개선 사업이다. 시민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서울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동안 서울역 앞 광장에서 숭례문과 퇴계로, 만리동, 염천교 방향으로 오가는 보행자들이 어려움을 많이 겪었으나 서울로 7017은 이러한 불편을 없애주게 된다.
공중정원 조성은 보행자 중심의 도시 만들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서울의 도심 구조는 북악산을 기점으로 경복궁, 시청, 숭례문, 서울역을 잇는 소위 대한민국의 ‘국가중심축’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 중심축은 미국 워싱턴의 국회의사당과 알링턴 국립묘지를 잇는 연방중심축(Federal Mall), 파리의 개선문을 통과하는 샹젤리제 가로에 버금가는 중요한 가로축이다. 이 축이 고가도로일 때는 국가중심축을 훼손하는 흉물이었으나 이제는 국내 공중정원의 효시로서 서울의 새로운 명물이 되게 된다. 더불어 국가중심축이 한결 강화되고 국격 향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개발시대 유물인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회색인프라(도로)를 그린인프라(녹지)로 탈바꿈시킴으로써 환경도시 만들기의 모범 사례다. 인공화된 도심에서 고가도로를 녹화하고 고가 하부 교통섬을 통폐합해 1만㎡ 규모 녹지광장인 만리동광장을 조성함으로써 도심녹지 확보의 가능성을 확산시키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서울로 7017의 긍정적 측면이 적지 않으나 더욱 강조돼야 할 점은 조망 명소로서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5층 건물 높이(지상 17m)로 태평로, 한강대로, 퇴계로 등 5개 주요 간선도로의 교차점에 위치해 사방 어느 곳으로도 조망이 가능하다. 더구나 국보 제1호인 숭례문, 서울의 관문인 서울역과 철길, 고층빌딩 너머로 풍수지리상 서울을 호위하는 내사산 중에 인왕산과 남산, 그리고 외사산 중의 하나인 관악산 등을 볼 수 있는 조망 친화적 장소다. 아마 입장료 없이 한곳에서 이렇게 다양한 조망을 즐길 수 있는 장소는 서울 도심에서 유일할 것이다. 지하철, 버스 및 인천공항철도, 고속철과의 연계 등 접근성도 좋아 조망 및 관광 명소로서 서울로 7017의 잠재성은 매우 뛰어나다.
명소가 되기 위해 포토존은 물론 망원경, 벤치를 포함한 각종 시설물을 설치해 조망을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해야겠다. 나아가 신축 건물이나 구조물이 숭례문 등 주요 볼거리들을 가리지 않도록 조망축을 설정함으로써 조망 영역을 보호해야 한다. 조망관리 방안이 마련돼야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국가중심축에 걸맞은 새로운 조망 명소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서울로 7017이 물리적 시설만 갖춰서는 반쪽의 성공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개장 후에 조망 명소로서 충분히 기능할 수 있도록 인접 건물·가로의 주야간 경관 관리, 그리고 방문객 서비스를 포함한 종합 운영관리 체계가 반드시 확립돼야 한다. 그래야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로부터 사랑받는 대한민국의 명소로 명실상부하게 자리매김하게 된다.
임승빈(서울대 명예교수·조경학과)
[기고-임승빈] 최초 공중정원 ‘서울로 7017’
입력 2017-04-10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