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거리 낯선 공간'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 살았다. 지난 7일 인천 자유공원 아래 개항장문화지구 내 카페 '인천개항.' 일제강점기 근대건축물이 즐비한 거리다. 이 카페는 젊은 취향의 인테리어로 편안함을 준다. 카페 창 너머 화분이 봄을 알렸고 맞은편에는 1950년대 설립된 석조건축 관동교회 예배당이 운치를 더했다.
인천개항은 인천 주안중앙장로교회(박응순 목사) 장애인 선교와 함께 시작된 사회적 기업 공간이다. 경제적으로 취약하고 지역사회로부터 소외된 장애인과 노인 저소득층 등에 일자리를 제공하고자 설립된 것이다.
1984년 인천 부평에 설립된 주안중앙장로교회는 지역사회 헌신과 영적 각성을 통해 중대형 교회로 성장하며 선교 지평을 넓혔다. 2000년대 들어 박응순 목사의 강력한 권면에 따라 장애우들을 어떤 상황에서건 대예배석 맨 앞자리에 앉도록 ‘장애인 먼저’를 실천했다.
발달장애 등을 가진 장애우들이 예배의 경건함을 깨기 일쑤였으나 교인들의 깊은 배려로 지금까지도 ‘함께하는 공동체’가 됐다. 이 정신이 카페 인천개항에 그대로 녹아들었다고 보면 된다.
이날 오후 흰 후드티를 맞춰 입은 장애우 20여명이 카페 안에서 한창 교육을 받고 있었다. 165㎡(50평) 공간이 북적였다.
“주무르는 거예요. 하나 꾹, 둘 꾹…열 꾹. 문 질러주세요. 이제 눌러주세요. 잘하고 있어요. 꾸욱꾸욱. 때려주기 도레미파솔라시도 도시라솔파미레도. 수고하셨습니다. 짝짝짝짝.”
10∼20대 장애인들은 지도교사와 장애인 강사의 지도에 따라 마사지서비스 직업 훈련을 받았다. 한방 압봉, 파라핀 테라피 체험 등도 프로그램 중 하나.
이들은 또 냅킨아트 우드아트 가죽아트 천연염색 석고방향제 양말·가방공예 훈련을 받아 전문강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한 달 전 카페에 들러 기자 신분을 밝히지 않고 발달장애인 마사지사로부터 받은 파라핀 테라피를 받았다. 정성스러움 그 자체였다. 3000원을 지불했다.
“주안중앙교회가 장애인의 꿈이 자라는 일터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2014년 교회 밖에 설립하도록 지원했어요. 교회 체육관 등에서 실시하던 마사지사, 제빵사 등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이곳으로 옮겨와 다양하게 확대시켰죠. 2015년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았고요.”
초기부터 장애인 직업훈련을 주도해온 장미진 전도사(사업본부장)의 얘기다. 이미영(마사지 강사) 사모, 전종민(뇌병변2급) 평생교육사 등이 상주하며 직업훈련을 받는 장애인을 도왔다. 행상을 하던 전씨는 한때 ‘석바위 꼴통’이라 불릴 정도로 거칠었으나 직업훈련을 받고 변화됐다. 그렇다고 이곳에서 훈련받는 장애인들이 모두 교회 식구는 아니다. 소문이 나면서 위탁훈련 등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크리스천이 중심이 된 ㈔인천장애인능력개발협회가 배출된 장애우들을 인천개항 등과 같은 기업 및 기관에 취업시키고 있다.
“신앙 없이는 장애인의 고착된 부적응이 쉽게 바뀌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신앙이 들어가면 훈련에 자발적으로 나서고, 눈빛이 밝아져요. 새벽기도도 적극적이고요. 훈련받은 친구들은 카페에 매일 7∼8명이 상주하며 노동의 대가를 받습니다. 카페 이용 관광객들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죠.”
개항장문화지구는 주말이면 서울 명동 못지않게 붐빈다. 가족, 연인들은 인천개항 앞에서 줄을 서 장애인 강사로부터 다이(DIY) 및 마사지 체험을 한다. 복음은 논리와 시공을 넘어선 빛과 진동임을 새삼 느낄 수 있는 현장이다.
인천=글·사진 전정희 선임기자
[교회와 공간] 장애 교우들의 자활 꿈 키워주는 ‘함께하는 공동체’
입력 2017-04-1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