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서 공부하던 베트남 초등생들, 학교 증축에 함박웃음

입력 2017-04-11 21:21
비라카미사랑의선교회 회원들이 꽁화초등학교 앞에서 베트남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 다섯 번째가 장요나 선교사, 여섯 번째는 도티엔 꽁화초등학교장. VAF 제공
축하공연을 하는 가수 길건씨(왼쪽)와 동나이성 빈선·경명교회 기공식. VAF 제공
장요나 선교사
베트남 전역을 대상으로 교회와 병원 학교 고아원을 설립하며 복음 사역을 펼치고 있는 ㈔비라카미사랑의선교회(VAF)와 아가페병원선교회(AHF)가 베트남 하이증성 남삭군 꽁화마을에 ‘꽁화아가페초등학교’를 설립키로 하고 지난달 28일 현지에서 신축 기공식을 가졌다.

기존의 꽁화초등학교가 학생 수 817명에 교직원이 62명인데도 교실이 부족하고 시설이 몹시 낡아 8개 교실이 들어가는 3층짜리 새 교사를 지어주기로 한 것이다. 베트남 TV방송과 신문 등 현지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수도 하노이에서 자동차로 2시간 정도 달려야 하는 시골인 꽁화마을은 인구가 1만3000여명으로 주로 농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의 형편이 어려운데다 교육청도 예산이 없어 60년이나 된 낡은 교실을 그대로 사용해 왔다.

행사는 VAF와 AHF 본부장인 장요나 선교사를 주축으로 한국 선교팀과 남삭군 인민위원회 부이 반 탕 군수, 건설사인 비나코넥스 대표, 도 티엔 교장과 교직원, 학생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이혁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도 축사를 보내 행사를 축하했다.

반탕 도지사는 인사를 통해 “베트남에 16개 병원을 세워준 AHF가 교육에도 후원을 시작해 초등학교 증축에 나선 것에 깊이 감사 드린다”며 “그동안 교실 부족으로 인근 마을회관과 운동장에서 수업을 했는데 이곳 모든 주민과 교사, 학생들이 크게 기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선교사는 “베트남 비정부기구(NGO) 관리기관인 빠콤(Paccom)의 지원요청을 받고 이곳 학교에 와보니 너무나 환경이 열악했다”며 “마침 후원자가 생겨 승낙했는데 그 후원자가 (증축약속을) 번복하는 바람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한번 약속한 일이라 30만 달러(3억6000만원)로 50%를 지원하며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공사를 믿음으로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교생의 박수와 환호 속에 진행된 기공식에선 현지에서 사역 중인 이루웃 배안나 박주은 이미화 쭉번 선교사와 한국에서 온 김홍은 강덕수 김에스더 목사, 김성수 장로, 박정숙 권사, 이근영 윤혜자 집사, 임지현 자매와 배정한 형제 등 선교팀이 참석했다. 이들이 마련한 선물도 학교 측에 전달됐다. 또 복음가수 길건씨가 멋진 공연을 펼쳐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지나친 선교활동을 이유로 2014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년6개월간 입국금지를 당했던 장 선교사는 이후 베트남 당국의 심한 핍박과 감시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교회를 건축하고 있다. 4월 1일에도 233번째 신축교회로 동나이성에 ‘빈선·경명교회’ 기공식을 가졌다.

임명숙 집사(강남선한목자교회)의 헌신으로 건축되는 이곳 교회는 장 선교사가 20여년 전에 개척한 교회로 지금까지 가정집을 사용해 왔으나, 성도가 크게 늘어 수용이 힘들어짐에 따라 VAF가 나선 것이다. 신축교회는 250여명을 수용하는 규모다. 교회 건축비 4만 달러 (4800만원) 중 50%는 규정대로 현지교회가 부담한다. 임 집사는 “목숨을 걸고 베트남 선교현장을 누비는 장 선교사의 사역에 큰 도전을 받고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교회를 건립하는 VAF와 병원 학교 고아원을 세우는 AHF를 총괄해 온 장 선교사는 비라카미(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4개국에 사는 1억6000만 명을 복음화하겠다는 열정으로 28년째 선교 최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교회 233개, 선교병원 16개을 설립했으며 하이증성 아가페고아원, 람동성 달랏트 아가페기도원과 아가페농장 등도 지었다. 푸잉성에는 유치원과 애비선초등학교가 건립됐다,

2000년 9월에 개교한 비라카미신학교를 통해 매년 50∼60명의 신학생들이 졸업해 선교사로 파송되고 있다. 아울러 구순구개열 환자 6300여명을 수술하는 통로 역할을 해왔고, 베트남정부로부터 무상 임대받은 300ha(99만평)에 7개 단과대가 들어서는 아가페국제종합대학 설립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신성종 손윤탁 이훈구 신화석 정재규 최요한 목사 등 많은 협력 목회자와 국내외 성도들의 후원을 받지만 비라카미 선교비는 늘 부족하다. 그러나 VAF와 AHF 200여 회원들은 “항상 믿음으로 먼저 시작하면 그 뒤는 하나님이 책임져 주셨기에 현재와 같은 놀라운 사역 열매들을 맺을 수 있었다”고 간증한다.

또 “늘 새로운 선교사역과 교회건립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장 선교사와 현지 사역팀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장요나 선교사, NGO 공로로 베트남 훈장 받았지만 선교 이유로 6번 수감·입국금지까지

"무모할 정도로 공격적인 제 선교방식 때문에 법의 테두리 안에서 열심히 사역하는 다른 베트남 선교사들에게 피해를 준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32년 전 식물인간에서 깨어나 목숨을 건진 뒤부터 '죽으면 죽으리라'가 제 사역 신조가 됐습니다. 하나님의 일에는 그 무엇도 두렵지 않습니다."

국내외 부흥회 인도를 위해 4일 베트남서 잠시 귀국한 장요나(74·사진) 선교사는 여전히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한쪽 눈이 실명한 상태이고 연골이 없는 강직성 척추염 환자인데다 목뼈가 굳은 중장애인인데도 그는 이런 자신의 모습이 오히려 감사하다고 했다. 보잘 것 없고 연약한 자를 쓰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자신이 증명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잠시 틈날 때마다 국내외 부흥회를 다니는데 이때마다 치유를 받고 은혜 받은 성도들이 교회건립과 선교비를 후원해 주시는데 사역에 큰 힘이 됩니다. 하나님이 곳곳에 후원 일꾼을 숨겨 놓으셨고 필요할 때마다 보내 주시는 셈이죠. 그리고 특별히 주신 치유은사도 선교 사역에 도움이 됩니다."

그동안 233개소 교회와 16개소 병원 건립, 고아원 건립, 신학교 운영 등 28년간 사역한 선교비가 얼마나 될까. 한참이나 망설이다 계산을 시작한 장 선교사는 대략 3500만 달러(420억원) 정도 된다는 사실에 본인도 놀라며 이를 섬겨 준 숱한 후원자들에게 주님의 이름으로 감사를 전한다고 했다.

종교 활동을 한 이유로 6번이나 베트남 현지 구치소에 수감됐는가 하면, 비정부기구(NGO) 활동 공로로 베트남 최고훈장(수교평화장)도 받았지만 장 선교사의 관심은 오직 9800만 베트남인들의 영혼 구원에 모아진다.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천국백성이 될 수 있다면 그 어떤 고통도 핍박도 이겨낼 수 있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앞으로 해야 할 사역은 너무나 많은데 헌신된 사역자가 오히려 부족합니다. 사역자 대부분이 재정 걱정을 하며 하나님의 일을 망설이는데 '하나님의 영광'에 초점을 맞추면 능력과 재정은 반드시 채워주십니다."

불퇴진의 믿음으로 거침없이 앞만 보고 전진하는 장 선교사. 한국 해외 파송선교사 2만 8000명 시대에 그가 보여주는 특별한 사역과 선교 열매들은 후일 한국과 베트남의 선교 역사에 남을 것이다.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