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 출범 이후 이어져온 양국의 ‘밀월 관계’가 깨질 조짐이다. 러시아가 지난 6일 이뤄진 미국의 시리아 공습으로 “미·러 간 군사적 충돌이 임박했다”고 협박한 가운데 미국은 시리아에 대한 추가 공격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러시아를 더욱 압박했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오린 해치 상원의장 대행에게 보낸 공식 서한에서 “필요하고 적절하다면 중요한 국익을 발전시키기 위해 추가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은 지난 6일 지중해에 있던 해군 구축함 2척에서 시리아 중부 홈스 인근의 알샤이라트 공군기지를 향해 59발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했다. 전쟁권한법에 따라 미 대통령은 군사 행동을 개시한 지 48시간 안에 그 이유를 의회에 설명해야 한다.
트럼프는 “필수적 국가 안보와 미국 외교정책의 이익에 따라 행동했다”며 “화학무기 공격 능력을 약화시켜 역내 안정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고 공격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미국과 세계를 대표하는 위대한 군인들에게 축하를 보낸다”면서 “시리아 공격을 잘해냈다”고 치켜세웠다.
러시아는 이에 대응해 시리아 해안에 크루즈 미사일로 무장한 최소 6대의 전함을 합류시켰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는 오는 11∼12일 예정된 렉슨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모스크바 방문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틸러슨과 통화하면서 “고작 ‘테러 게임’을 하면서 세계 안보에 위협을 불러일으켰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틸러슨에 앞서 모스크바를 방문하려던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러시아의 시리아 정부군 지원에 대한 항의 표시로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존슨은 틸러슨과 이번 계획을 논의했고 틸러슨과 자신이 모두 모스크바를 방문하면 러시아가 시리아 문제를 놓고 서방국가와의 만남을 주도한 모양새가 될 것을 우려했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시리아 공습을 두고 미국 내에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틸러슨은 CBS 시사프로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우리의 최우선 사항은 IS 격퇴”라면서 “IS의 위협이 줄거나 완전히 제거되면 시리아 상황을 안정시키는 데 집중하겠다. 내전을 멈추고 정치적 논의를 위해 당사자를 협상 테이블로 유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공습은 러시아를 표적으로 삼은 게 아니다”고 못 박았다.
반면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CNN ‘스테이트 오브 유니언’에 “시리아의 체제 변화가 미국의 우선순위 중 하나이며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시리아에게 필요한 지도자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아사드가 권력을 유지할 수는 없다는 것이 트럼프 정부 입장이냐”는 질문에 “레짐 체인지(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시리아 정권을 지지하는 러시아를 향한 강력한 선전포고로 읽힌다.
서방국 간 치열한 정쟁 속에서도 안타까운 죽음은 계속됐다. 이날 시리아 반군이 장악 중인 북부 이들리브주 우룸 알-조즈에서 공습이 발생해 시민 최소 18명이 숨졌다고 시리아인권관측소가 발표했다. 폭격기 형태와 비행 방향, 포탄 형태 등을 볼 때 공습 주체는 러시아 폭격기로 추정된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트럼프 “추가행동”에 푸틴 전함 증파… 美·러 시리아 대치
입력 2017-04-09 18:45 수정 2017-04-09 2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