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에도 북한 핵·미사일 도발 억제 및 사드(THAAD) 배치 문제 해법은 도출되지 않으면서 우리 정부도 계속 어정쩡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게 됐다. 북한발 안보 위기 속에 한반도 주변 정세는 더욱 복잡하게 얽혀가는 데도 특단의 해법은 없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는 형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전까지 북한 문제와 관련해 “모든 옵션이 대화 테이블 위에 있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 왔다. 또 중국이 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독자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암시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회담과 동시에 이뤄진 시리아 폭격 역시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의 강력한 의지의 산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진전된 결과물은 없었다. 회담 이후 이뤄진 브리핑에선 북한 문제에 대해선 원론적인 입장밖에 없었고, 사드 관련 언급은 나오지도 않았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9일 “결국엔 북한 정권을 위협할 정도로 제재해야 한다는 미국과 북한 존립을 흔들어선 안 된다는 중국의 입장이 부딪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반도 문제와 달리 무역 관련 논의는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 이에 따라 미·중 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 현실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전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통화한 것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20분간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황 권한대행에게 중국에 북핵 및 사드 배치 관련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핵 문제 및 한·미동맹 관련 이슈 등이 상당히 비중 있는 의제로 폭넓고 포괄적으로 논의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북핵, 북한 문제의 진전과 함께 유관국들 간 관계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한·미 간 고위급 협의를 통해 공조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다웨이 북핵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한국 방문에서도 당사자 간 심도 있는 논의는 이뤄지기 어려워 보인다. 우 대표는 10일 방한해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 및 만찬을 하고, 펜스 부통령은 16일 한국을 찾아 황 권한대행과 만난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韓, 북핵·사드 ‘어정쩡 대응’ 불가피
입력 2017-04-09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