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서울교구장 갑작스런 사임 왜?

입력 2017-04-10 00:03

대한성공회 서울 교구장인 김근상 주교가 임기를 3개월여 앞당겨 사임키로 했다. 이에 따라 성공회 서울 교구는 오는 25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서울교구 제6대 교구장 이경호(인천 간석교회) 주교의 서품(임직) 및 승좌식(취임식)’을 개최한다. 신임 주교 서품 및 승좌식은 당초 오는 7월 열릴 예정이었다.

김 주교는 지난달 초 사순절 사목 서신을 통해 “지난해부터 우리 교회에 몇 가지 문제가 대두됐고, 교회 사목을 통할하는 교구장으로서 하나님과 교회 앞에 부끄럽고 송구하다”면서 “제 사임 시기도 앞당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등에 따르면 대한성공회 유지재단이 서울시로부터 위탁 운영 중인 구리시립요양원이 재정을 부실하게 운용하는 등 관리를 소홀히 한 사실이 드러났다. 성공회 빌딩을 임대·관리하는 과정에서도 업무상 과실이 지적됐다. 성공회 서울교구 임원과 평신도원들은 지난 2월 말 성명을 내고 김 주교의 사임을 공식 요청했다. 이들은 “교구를 둘러싼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성직자뿐만 아니라 평신도들도 성공회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감이 바닥에 이르고 있다”면서 “교구장의 관리 소홀과 금전적 손실, 업무상 과실을 책임지는 차원에서 (김 주교의) 교구장직 사임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 주교는 “도덕적 책임은 물론 재정적으로도 교구가 상당히 큰 액수의 부담을 안게 됐다”면서 “교회 일치와 치리에 관한 모든 책임과 권한을 위임받은 주교로서 한없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되도록 빨리 교회의 선교의지와 역량을 세우기 위해 지난 1월 피선주교(이경호 차기 서울교구장)님께 실질적인 행정과 치리의 권한 일체를 위임했다”고 덧붙였다.

이경호 신부는 지난해 11월 26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에서 열린 제52차 서울교구 의회에서 차기 서울교구장으로 선출됐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