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0여년간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무장투쟁을 벌여온 바스크 분리주의 무장단체 ETA(바스크 조국과 자유)가 ‘테러리즘의 종식’을 선언하고 무장을 해제했다. 8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유럽의 마지막 반란(insurgency)이 끝났다”고 보도했다.
ETA는 전날 비무장을 선언한 데 이어 이날 무장해제를 완료했다. 프랑스 경찰은 ETA가 소재를 밝힌 무기고 8곳에서 총기와 화약 3.5t을 수거했다. ETA는 “프랑스 바스크 지방의 시민사회 대표단에 무기를 전달했다”며 “이제 ETA는 비무장단체”라고 선언했다. 앞서 ETA는 “한때 우리는 바스크 민족을 위해 무기를 들었다. 이제는 바스크의 평화와 자유를 위해 한 단계 더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총리는 “프랑스 정부는 ETA의 무장해제를 환영한다”며 “바스크 분리주의 테러리즘을 종식하기 위한 명백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밝혔다. ETA의 주요 근거지인 프랑스 남부 베이욘에서는 ‘비무장의 날’을 자축하는 대규모 집회가 개최됐다.
스페인과 프랑스 접경 지역에 걸쳐 있는 바스크 지방은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보전하고 있다. 2차대전 종식 후 불붙은 분리독립 움직임 속에서 바스크 청년들은 1959년 ETA를 창설했다. 68년 스페인 북부 산세바스티안에서 스페인 비밀경찰 총수를 사살하면서 폭력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73년 루이스 카레로 블랑코 스페인 총리를 폭탄테러로 살해했고, 87년 바르셀로나 슈퍼마켓 주차장 폭탄테러를 일으켜 21명을 숨지게 했다. 95년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 테러를 시도해 국제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ETA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테러단체로 지정하고 각종 제재를 가하면서 급격하게 세력이 축소됐다. 40여년간 자행된 과격 테러로 800여명이 사망하면서 바스크 지역 민심조차 등을 돌렸다. ETA는 2006년 무장투쟁을 중단한 데 이어 2011년 무장투쟁 종식을 선언했다. 하지만 무장해제는 여태껏 거부해 왔다. ETA는 최근 수년간 수감 중인 조직원의 감형을 조건으로 스페인, 프랑스 정부와 무장해제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와 달리 스페인 정부는 무장해제 조치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나타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ETA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ETA의 완전한 해체를 거듭 촉구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유럽의 마지막 반란 끝났다”… ETA 무장해제
입력 2017-04-09 18:40 수정 2017-04-09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