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도 저자도 없이… 색다르게 다가온 신간 3권

입력 2017-04-10 18:53
‘개봉열독’ 이벤트 도서인 ‘은행나무X’ ‘마음산책X’ ‘북스피어X’(왼쪽부터). 밀봉해 놓은 탓에 제목도, 저자도 알 수 없다. 세 출판사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인문서는 배제하고 모두 신간 소설을 이벤트 도서로 내놓았다고 한다. 각 출판사 제공

지금 당장 인터넷서점에 접속해 ‘개봉열독’을 검색해보시라. 기묘한 책들을 만날 것이다. 제목도, 저자도 알 수 없는 신간 3권. 확인할 수 있는 건 이들 책을 펴낸 출판사와 가격(각각 1만2800원) 페이지 무게뿐이다. 무슨 생각에서 이런 상품을 내놓은 걸까. 이 책을 사는 사람들이 있긴 한 걸까.

하지만 이 이벤트는 요즘 출판계 안팎에서 적잖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개봉열독’이라는 타이틀로 ‘작당’을 벌인 출판사는 마음산책 북스피어 은행나무 등 3곳. 이들은 만우절인 지난 1일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 등을 통해 각각 ‘마음산책X’ ‘북스피어X’ ‘은행나무X’라는 책의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표지를 대신하는 포장지에는 ‘개봉열독’의 취지를 설명하는 문구만 짤막하게 적혀 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독자에게 이 책을 선보일 수 있을까? …판매에 의미를 두지 않고 만들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무엇보다 당신에게 색다르게 다가가고 싶은 바람을 담았습니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건 당부의 메시지다. ‘5월 16일 자정까지는 제목, 저자, 표지를 공개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 비밀을 지켜주시겠습니까. 당신과 함께 뭔가 재미난 일을 작당하고 싶었습니다.’

이들 출판사에 따르면 세 출판사 대표들은 2015년부터 틈틈이 일본과 유럽 등지의 서점을 둘러보다가 ‘개봉열독’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일본과 유럽에서는 ‘X문고’ ‘블라인드 데이트 위드 어 북(Blind Date with a Book)’ 등의 이름으로 제목과 저자를 숨기고 책을 파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대표들은 두 달 넘는 회의를 거쳐 비슷한 내용의 ‘블라인드 이벤트’를 벌이기로 결의했다.

현재 독자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출판사들은 이벤트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해당 도서를 각각 1000부 이상 팔겠다는 ‘1차 목표’를 달성했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선물도 무엇이 들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포장을 뜯어야 설렘도, 기쁨도 두 배이듯이 ‘개봉열독’도 비슷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책 포장을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주문이 밀려들고 있어서 현재 각 출판사마다 비상이 걸린 상태”라며 “최종 목표는 총 6000부를 파는 것인데 지금 같은 속도라면 곧 목표를 초과 달성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해당 도서의 온라인 예약판매 기간은 오는 24일까지다. 책을 구매한 독자들은 25일부터 신간의 ‘정체’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벤트는 25일부터 오프라인 서점으로 ‘거점’을 옮겨 다음 달 15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출판사들은 인터넷 서점을 통해 책을 구매한 독자들이 ‘비밀’을 누설하지 않길 바라고 있다. 참고로 인터넷 서점에서 책 3권을 모두 구매하면 이들 출판사 대표들의 유럽 서점 탐방기가 실린 ‘내 멋대로 세계서점X’(비매품)도 공짜로 받을 수 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