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아이 함께 자는 ‘코 슬리핑’… 자녀 수면의 질 ‘뚝’ 부모 스트레스 ‘쑥’

입력 2017-04-11 05:04
미국 등 서양권 국가들에선 보통 부모와 어린 자녀가 독립 공간에서 따로 잠을 잔다. 반면 우리나라는 예부터 내려온 온돌 문화, 가족간 유대를 중시하는 경향 등으로 인해 학령기 전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잠자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주부 A씨(41)는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과 갓난아기때부터 지금까지 같이 잔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처럼 ‘코 슬리핑(Co-sleeping)’이 오히려 자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부모의 스트레스를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석훈 교수팀은 생후 12∼84개월 자녀를 둔 어머니 60명을 대상으로 코 슬리핑이 아동 수면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논문을 최근 유럽정신의학회에서 발표했다고 10일 밝혔다.

조사 대상의 88.3%(53명)는 1주일에 5∼7회, 1.7%(1명)는 1주일에 1∼4회 자녀와 같이 잔다고 답했다. 10%(6명)는 함께 자지 않는다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아동의 수면 습관을 조사한 결과 부모와 아동이 함께 자는 것과 수면의 질은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즉 1주일에 코 슬리핑 횟수가 많을수록 자녀는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충분한 잠을 자지 못해 발생한 자녀의 수면 장애가 어머니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불면증 심각성 척도(ISI), 한국판 부모 양육 스트레스 척도(K-PSI-SF), 우울증 선별도구(PHQ-9)를 사용해 분석했더니 자녀 수면의 질이 떨어질수록 부모의 스트레스는 높아지고 이로 인해 불면증까지 생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정 교수는 “부모가 한방에서 같이 자면 좁고 더워서 아이가 편하게 자지 못하고 아빠가 코를 곤다던지 하면 더 자주 깨게 된다”면서 “아이가 수면장애가 있으면 아무래도 부모도 중간에 자주 깨게 돼 스트레가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이가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예민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언어 및 인지 기능이 발달하는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부모와 자녀가 함께 자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예를들어 ‘영아돌연사증후군’처럼 아이가 자는 도중 자신도 모르게 엎드려 질식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조건 자녀와 다른 공간에서 잠을 청하기 보다는 자녀의 수면환경을 평가한 후 조정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정 교수는 “아이가 잘 자면 문제없지만 중간에 자주 깨서 칭얼거린다든지 야경증(갑자기 소리지름)이 있다면 따로 재우는 게 더 낫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