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강북의 반란’이 이어지고 있다. 용산과 마포, 종로 등 도심 근접 지역을 중심으로 랜드마크 단지가 속속 들어서면서 10억원대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도심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강남권 부럽지 않은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다.
강북 약진에 강남발 재건축 열풍이 더해지며 서울 아파트 값은 12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11·3 부동산 대책으로 꽁꽁 얼어붙은 서울 부동산이 봄을 맞아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KB국민은행과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은 3.3㎡당 1904만원을 기록했다. 평균을 상회하는 아파트 값을 나타낸 자치구는 총 9곳이었다.
흥미로운 대목은 강북 지역의 강세다. 용산구(2435만원)와 강동구(2053만원) 양천구(2036만원) 마포구(1950만원) 성동구(1917만원) 종로구(1907만원)가 강남구(3749만원) 서초구(3300만원) 송파구(2492만원) 등 강남 3구에 이어 4∼9위에 올랐다. 특히 용산과 송파의 경우 3.3㎡당 가격 차이가 57만원에 불과하다. 광진구(1835만원)와 중구(1825만원)도 서울 평균에 근접한 매매가를 보였다.
강북의 강세는 도심 근처 랜드마크 분양에 기인한다. 종로구가 좋은 예다. 지난 1월 3.3㎡당 아파트 평균 거래가가 1590만원에 불과했던 종로구는 2월 GS건설의 ‘경희궁 자이’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거래가가 300여만원 올랐다. 강북권 최초로 매매가가 3.3㎡당 3000만원을 넘긴 경희궁 자이는 전용 84㎡ 거래가가 현재 10억5000만원에 달한다.
마포구는 ‘래미안웰스트림’이 가격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 아파트 전용 84㎡ 가운데 한강 조망이 가능한 고층은 현재 10억5000만∼10억9200만원대에 거래된다. 입주 직후인 지난해 3월 8억9800만원에 거래됐다가 1년도 채 되지 않아 최초 분양가 대비 1억5000만원 뛴 셈이다. 광진구 ‘광장 힐스테이트’도 전용 84㎡ 기준 10억300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직주(직장과 거주지) 근접성뿐 아니라 경복궁과 종묘, 인사동 등 역사 문화 관광 시설이 가까운 게 강북의 강점”이라며 “10억원대 중소형 아파트가 강북에도 나타난 것은 도심권에 위치한 강북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높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강북 부동산 활기와 강남 재건축 기지개로 서울 아파트 값은 11·3대책 이전 상태를 서서히 회복해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05% 올랐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0.08% 상승해 전주(0.04% 상승)보다 오름폭이 더 커졌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차가웠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며 “실거래량을 제외한 아파트 가격대만 놓고 보면 지난해 11월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강북권을 누가 얕봤나, 아파트 값 급등세
입력 2017-04-1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