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 마이소, 곤란하게. 아직 못 정했니더.”
코앞으로 다가온 4·12 재·보궐 선거의 유일한 국회의원 선거구인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지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박근혜 전 대통령 정무수석을 지낸 김재원 전 의원이 자유한국당 후보로 재기를 노리고 있고, 김영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성윤환 무소속 후보 등이 경쟁하고 있다.
이곳은 그동안 보수 텃밭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탄핵·구속과 보수당 분열로 유권자들 사이에선 혼란스러운 감정도 일부 감지됐다. 상주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정모(66)씨는 8일 “아무리 그래도 이곳에서 다른 사람들이 김 후보 벽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전보다는 민주당 지지율이 조금 더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주부 최모(37)씨도 “지역 민심에 변화가 있긴 있는데 큰 결과로 이어질지는 모르겠다”며 “탄핵으로 분위기가 바뀌긴 했는데, 지역 정서가 그렇게 쉽게 확 바뀌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노인들을 중심으로 한 박 전 대통령 동정론이 여전하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상주 중앙시장에서 만난 구모(68)씨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지 아직은 누구도 자신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선에 대한 회의감을 토로하는 이도 많았다. 귀금속점을 운영하는 이모(45·여)씨는 “그동안 여당을 지지해 왔는데 지금은 많이 식었고, 정치에 너무 혐오감을 느꼈다”며 “잘못한 대통령이나 그런 대통령을 탄핵시킨 이들이나 다 싫다. 이제는 투표하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상주 남성동 중앙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김모(46)씨는 “지금까지 당이 한 번도 안 바뀌었다. 이번에는 한 번 바뀌어도 되긴 하는데, 사실 누가 되든 똑같은 거 같다”고 했다. 김씨 역시 “박 전 대통령이 안됐긴 안됐는데 (본인이) 못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보수당 재건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한 유권자는 “탄핵 과정에서 (지역)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며 “대선 때는 아무래도 보수 쪽으로 표가 더 많이 갈 것 같긴 하다”고 했다.
상주=김판 기자 pan@kmib.co.kr
[르포] “묻지 마이소, 아직 못정했니더… 박근혜 안됐긴 했는데 못해서 그런 것”
입력 2017-04-09 17:57 수정 2017-04-10 0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