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북한 문제에 대한 해법에 구체적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또 중국의 한국을 겨냥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보복 중단 문제에 대해서도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북한 관련 위기가 당분간 계속되는 것은 물론 사드를 둘러싼 한·중 갈등도 지속될 전망이다.
미·중 정상회담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막을 내리자 미 정부는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대화나 협상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또 중국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북한에 대해 독자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정상회담 후 브리핑을 갖고 “두 정상은 북한 문제에 관해 폭넓고 종합적으로 얘기를 나눴다”면서도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된 패키지 합의 같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평화적으로 해결되려면 북한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나오지 않는 한 대화는 없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틸러슨은 특히 “중국이 북한 문제에 협조할 수 없다면 독자적인 방안을 마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정상회담 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전화를 걸어 “사드 문제에 대한 미국 측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지만 시 주석의 생각을 바꿔놓지는 못했다. 중국 외교부도 9일 왕이 외교부장 명의로 공개한 정상회담 결과 성명에서 “시 주석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후 틸러슨이 ‘독자 행동’을 언급한 가운데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계획된 경로를 포기하고 기수를 돌려 한반도 인근 해역으로 이동 배치됐다고 로이터 통신과 CNN방송이 8일 보도했다. 칼빈슨호는 지난달 15일부터 부산항에 입항해 한·미 연합 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에 참가한 뒤 지난 4일 싱가포르 항구에 도착했으며 곧 호주로 갈 예정이었다.
미군 태평양함대사령부는 “칼빈슨호의 한반도 인근 배치는 북한의 최근 도발 움직임과 관련돼 있다”고 밝혀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에 대응키 위한 차원의 이동임을 시사했다.
한편 트럼프와 시 주석은 회담 후 공동선언문을 내놓거나 기자회견도 하지 않았다. 최근 트럼프와 회동한 주요 정상들 중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경우는 시 주석이 유일하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투데이 포커스] 美, 독자행보 탄력… 한반도 ‘난기류’
입력 2017-04-09 1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