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뜨거운 바람이 금융권 ‘금리 전쟁’에 불을 붙였다.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은 고객에게 유리한 금리를 주는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영업시작 3일 만인 지난 6일에 신규 가입자 수 10만329명을 달성했다. 시중은행들의 비대면 계좌 개설 실적(월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수신계좌도 10만개를 넘겼다. 대출건수는 8021건(410억원 규모)을 기록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6일 이후로도 가입자와 계좌 수, 대출건수 모두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앞세운 카카오뱅크도 출격을 준비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정례회의를 열고 카카오뱅크에 대한 은행업 본인가를 의결했다. 카카오뱅크는 이르면 6월부터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통한 중금리 대출,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금융비서 서비스 등을 시작한다.
인터넷은행의 최대 강점은 시중은행보다 낮은 대출금리, 높은 예금금리다.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1.3∼1.6%, 적금 금리는 연 1.0∼1.6%에 그친다. 반면 케이뱅크는 정기예금(최대 연 2.0%)과 적금(최대 2.65%) 모두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다. ‘직장인K 신용대출’(최저 연 2.73%) 등 대출금리는 낮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 편리하고 빠르다는 장점도 갖췄다.
시중은행은 바짝 긴장했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겁이 덜컥 났다”고 말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과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케이뱅크, 정보통신(ICT)기업을 ‘디지털 경쟁자’로 지목했다.
반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마이너스통장 대출한도의 10%까지 연 0% 금리를 적용하는 상품을 내놓았다. 우리은행은 연 2%대 금리의 정기예금(최고 연 2.0%)과 적금(최고 연 2.20%)으로 구성된 ‘위비 슈퍼 주거래 패키지2’를 출시했다. 신한은행은 모바일로 전·월세 자금을 빌려주는 ‘써니 전월세대출’을 선보였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금대출 상품은 아직 인터넷은행이 공략하지 못한 분야다.
저축은행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주 고객층(중·저신용자)이 인터넷은행과 겹치기 때문이다. SBI저축은행은 주력 중금리 상품인 ‘사이다’보다 최저금리를 1% 포인트 낮춘 연 5.9% 금리의 ‘SBI중금리 바빌론’으로 전열을 재정비했다. 웰컴저축은행은 모바일로 최저 연 5%대 금리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내놓았다.
‘비대면(온라인·모바일) 경쟁’도 속도가 붙었다. 우리은행은 음성인식 인공지능 뱅킹 ‘소리(SORI)’에 이어 모바일 전자입찰에 지문인증을 도입한 ‘지문인증 스마트카드’를 출시했다. 하나은행은 삼성페이 앱으로 현금입출금기(ATM) 입출금 거래 및 계좌 내역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별도의 앱 설치나 회원가입 없이 신용대출과 신용카드 발급을 신청할 수 있는 ‘모바일브랜치’도 내놓았다.
다만 인터넷은행의 초반 선전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나야 인터넷은행의 위상이 정리될 것”이라며 “인터넷은행과 금리 경쟁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었다. 고객 규모와 조직이 커지면 비용도 늘어나기 때문에 시중은행에서 인터넷은행으로 넘어가는 고객의 규모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글=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불붙는 금리전쟁’… 인터넷은행 돌풍에 시중은행 반격
입력 2017-04-10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