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하이닉스 인수 5년, 수출 127배 늘었다

입력 2017-04-10 00:02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 첫 번째)이 2015년 8월 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 M14 반도체 공장 준공을 앞두고 생산설비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올해 창립 64년을 맞은 SK그룹이 반도체 기업 하이닉스를 인수한 이후 수출이 대폭 증가하면서 수출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에너지·화학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하이닉스 편입으로 ICT(정보통신기술)가 한 축을 담당하며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SK그룹은 지난해 에너지·화학·ICT 등 전체 수출액이 524억 달러로 집계됐다고 9일 밝혔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이 4954억 달러(한국무역협회 집계)인 점을 감안하면 SK그룹이 대한민국 수출의 11%를 담당한 셈이다. SK하이닉스 인수 이후 5년간 SK그룹의 누적 수출액도 3180억 달러에 달한다.

또 지난해 ICT 계열사(SK텔레콤, SK하이닉스, SK㈜ C&C, SK플래닛)의 매출은 37조4000억원이며 이 중 수출이 17조원을 차지했다. 하이닉스 편입 이전인 2011년과 비교하면 매출(17조6000억원)은 2.1배 늘었고 수출(1300억원)은 무려 127배 증가했다.

SK하이닉스 인수는 최태원 회장의 과감한 승부수였다. 최 회장은 2004년 그룹 회장을 맡은 이후 기존에 있던 에너지와 화학 중심으로는 성장이 정체하다 고사하는 ‘슬로 데스(slow death)’에 직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당시 매물로 나와 있던 하이닉스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를 인수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인수 이후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SK하이닉스는 2011년 8340억원(매출액 대비 8%)에 불과하던 연구개발비를 2016년 2조967억원(매출액 대비 12%)까지 늘렸다. 메모리반도체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올해도 사상 최대 7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최근 SK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그룹의 ICT 계열사 간 4차 산업형 사업 모델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면서 포스트 반도체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이달 초 CEO 직속 AI사업단을 독립 조직으로 출범시켰다. 또한 5G와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자율주행차에 적용한 커넥티드카, 차세대 보안 솔루션 ‘양자암호통신’, 스마트홈 등 전통 통신 영역에만 국한하지 않는 융합형 ICT 서비스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SK㈜ C&C는 IBM 왓슨 기반의 인공지능 에이브릴을 중심으로 국내 의료 분야에 진출한 데 이어 IoT부터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핵심 기술 기반을 모두 갖추고 4차 산업혁명을 이끌 대표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글=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