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창립 64년을 맞은 SK그룹이 반도체 기업 하이닉스를 인수한 이후 수출이 대폭 증가하면서 수출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에너지·화학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하이닉스 편입으로 ICT(정보통신기술)가 한 축을 담당하며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SK그룹은 지난해 에너지·화학·ICT 등 전체 수출액이 524억 달러로 집계됐다고 9일 밝혔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이 4954억 달러(한국무역협회 집계)인 점을 감안하면 SK그룹이 대한민국 수출의 11%를 담당한 셈이다. SK하이닉스 인수 이후 5년간 SK그룹의 누적 수출액도 3180억 달러에 달한다.
또 지난해 ICT 계열사(SK텔레콤, SK하이닉스, SK㈜ C&C, SK플래닛)의 매출은 37조4000억원이며 이 중 수출이 17조원을 차지했다. 하이닉스 편입 이전인 2011년과 비교하면 매출(17조6000억원)은 2.1배 늘었고 수출(1300억원)은 무려 127배 증가했다.
SK하이닉스 인수는 최태원 회장의 과감한 승부수였다. 최 회장은 2004년 그룹 회장을 맡은 이후 기존에 있던 에너지와 화학 중심으로는 성장이 정체하다 고사하는 ‘슬로 데스(slow death)’에 직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당시 매물로 나와 있던 하이닉스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를 인수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인수 이후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SK하이닉스는 2011년 8340억원(매출액 대비 8%)에 불과하던 연구개발비를 2016년 2조967억원(매출액 대비 12%)까지 늘렸다. 메모리반도체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올해도 사상 최대 7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최근 SK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그룹의 ICT 계열사 간 4차 산업형 사업 모델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면서 포스트 반도체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이달 초 CEO 직속 AI사업단을 독립 조직으로 출범시켰다. 또한 5G와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자율주행차에 적용한 커넥티드카, 차세대 보안 솔루션 ‘양자암호통신’, 스마트홈 등 전통 통신 영역에만 국한하지 않는 융합형 ICT 서비스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SK㈜ C&C는 IBM 왓슨 기반의 인공지능 에이브릴을 중심으로 국내 의료 분야에 진출한 데 이어 IoT부터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핵심 기술 기반을 모두 갖추고 4차 산업혁명을 이끌 대표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글=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SK 하이닉스 인수 5년, 수출 127배 늘었다
입력 2017-04-10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