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론 없이 끝난 미·중 정상회담,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입력 2017-04-09 18:2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북한 핵 문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 채 끝났다.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두 나라 정상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복잡한 현안에 구체적인 합의를 이룰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공동 기자회견, 심지어 공동성명조차 없이 끝난 것은 의외다. 꽉 막힌 한반도 주변 정세가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풀리기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정상회담 직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양국 정상은 북핵 억제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실제로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사드 한국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전화 통화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말한 것이 전부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위기에 처한 우리로서는 답답하기 짝이 없다. 한반도 위기의 당사국인 한국이 논의에서 배제되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 우려로만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해법조차 마련되지 않음에 따라 미국과 중국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됐다. 미국은 이미 수차례 천명한 ‘독자적 대북제재’를 실행하겠다고 나설 것이 분명하다. 미국은 군사적 해결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과 각종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배치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미국의 다음 조치가 무엇인지, 중국은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북한이 계속 배짱을 부리며 추가 핵실험에 나설 경우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국민의 관심이 온통 다음 달 대선에 쏠려 있지만 정부는 외교안보 현안을 더욱 단단하게 챙겨야 한다. 10일 우다웨이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가 방한한다. 오는 16일에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한국을 찾는다. 미국과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내용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이미 시작한 것이다. 우 대표와 펜스 부통령을 통해 양국의 다음 행동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대책을 마련해 실행해야 할 것이다.

국회 및 정치권과의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는 크게 약해졌다. 대한민국의 생존이 걸린 만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 뒤 폭넓게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권의 초당적 협조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다음달 9일 선거에서 당선된 차기 대통령은 10일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사전에 충분하게 협의하고 협력해 잠시라도 국정에 공백이 생겨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