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후보 진영 간 다툼이 졸렬해지고 있다. 대통령 후보로서 스스로의 정책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상대를 부정적 조어에 가두려는 시도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대통령 선거가 동네 아이들 소꿉놀이처럼 희화화되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한 표가 아쉬운 선거에서 일정 수준의 네거티브성 프레임 경쟁은 이해된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과 그 측근들이 시장 뒷골목 수준의 허접한 말로 표를 얻겠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품격을 조롱하는 작태다.
홍준표 후보를 찍으면 문재인이 당선된다는 ‘홍찍문’, 안철수 후보를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된다는 ‘안찍박’, 문재인 후보 찍으면 김정은만 좋아진다는 ‘문찍김’까지 나돈다. 또 문모닝(아침회의를 문재인 때리기로 시작한다)에 맞서 안모닝(눈만 뜨면 안철수 때리기로 시작한다)이라는 말을 퍼뜨리는가 하면 반문재인 측은 문 후보 자신만 민주주의 세력이고 나머지는 청산돼야 할 적폐세력이라고 주장한다며 ‘문주주의’라고 비아냥성 조어를 흘리고 다닌다. 한마디로 졸렬하다.
다분히 정치공학적이고 허접하다. 국민통합에도 역행한다. 선거 후엔 후유증이 심각해지고 분열의 씨앗이 된다. 선거에 패배한 후보와 지지자들은 승복보다는 보복의 심리를 갖게 되고, ‘반대를 위한 반대’에 매몰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누가 대통령이 되든 통합의 정치를 이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고 집권 내내 저항에 부닥치게 된다. 그동안 우리 정치가 극단적 분열 양상을 보인 점도 이런 선거행태와 무관하지 않다. 이는 한마디로 국가적 손실이다.
누가 뭐래도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고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다. 국민들의 뜻에 의해 당선된 대통령의 품격은 국가의 품격과 맞닿아 있다.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발전하며 민주주의의 꽃을 선거라고 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모름지기 대선 후보는 국가 운영의 기본 방침을 제시한 뒤 이를 위해 어떤 정책을 펼 것인지를 내놓고 국민들의 심판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도 경쟁 상대 흠집내기에 급급해서야 되겠는가. 이런 유치한 방법으로 대통령이 되긴 쉽지 않겠지만 만일 대통령이 된다면 국가의 품격은 훼손되고 대통령의 존엄도 땅에 떨어진다.
[사설] ‘문찍김’ ‘안찍박’ ‘홍찍문’… 대선 이렇게 허접해서야
입력 2017-04-09 1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