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Out of Bound)를 세 방이나 냈어.”
“그래요? 난 슬라이스를 많이 냈는데 어떻게 하면 더 잘 칠 수 있을까….”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용현로 예수인교회 지하 스크린골프장. 지역 주민과 성도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골프의 즐거움에 흠뻑 빠져들고 있었다.
스크린골프를 치고 있던 성도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골프는 연인과 같아요. 입문만 하면 평생에 걸쳐 애증의 대상이 되지요. 배우자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생각하는 대상이 바로 골프지요.”(61세 이모 집사)
“아직 교회를 다니지 않지만 골프가 좋아 1년 전부터 이곳을 찾고 있지요. 함께 골프치는 교인들이 성격이 참 좋으신 것 같아요. 이런 분들과 함께라면 나도 교회에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48세 회사원 김모씨)
습하고 어두운 교회 지하 틈새 공간이 골프마니아를 위한 스크린골프연습장으로 활용돼 교인 및 주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예수인교회는 10년 전부터 스크린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스크린골프 기기 3대, 골프연습장까지 포함해 165㎡ 규모이다. 교회는 예배만 드리는 공간이 아니고 취미생활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게 민찬기 담임목사의 생각이다.
어린이 골프교실도 운영한다. 골프코치도 있고, 장학금도 제공한다. 교인들은 동호회를 조직했다. 간혹 교회 밖 골프장에도 다닌다. 이 교회에 다니지 않는 외부사람들도 많이 참여한다.
민 목사는 “교회는 불신자들도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한때 골프 붐이 불자 교인들이 골프를 치기 위해 주일예배를 거르는 일이 잇따랐다. 이제는 골프도 치고 교회도 오니 좋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예수인교회는 열린 교회를 지향한다. 주차장 탁구장 본당 세미나실 소극장 카페 등 모든 시설을 개방하는 교회로 유명하다. 차상위 계층과 독거노인, 장애우를 위한 다양한 섬김 활동이 활발하다. 이·미용과 주거환경 불량가정의 집수리 섬김, 80여개의 문화강좌 개설, 어르신 대학, 쌀 나눔과 무료 급식을 제공한다.
민 목사는 “말로만 ‘예수 믿으세요’라고 전도하면 되겠느냐”며 “지역주민의 필요에 먼저 부응하는 것이 바로 올곧은 전도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고양=글·사진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교회와 공간] 교회 빈 공간에 스크린골프장 마련, 골프 치던 주민들 저절로 예배 참석
입력 2017-04-1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