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20대 헌정회장에 선출된 유용태 前의원 “차기 대통령은 갈라진 민심 통합할 지도자가 돼야”

입력 2017-04-09 21:05

유용태(79·사진) 신임 헌정회장은 “다음 대통령은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지난달 28일 정기총회에서 제20대 헌정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헌정회가 적극적으로 정치권에 ‘쓴소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유 회장은 지난 7일 국회 헌정회관에서 이뤄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어느 국민에게든 국가적 불행”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쓰라린 경험을 한 만큼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지도자를 잘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을 향해 “안보위기, 경제위기 등 한국 사회에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도 여전히 당리당략에만 몰두해 있다”며 “차기 대통령이 소속 당과 정파의 이해관계를 초월해 국가적 차원에서 소신 있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16대 국회의원과 노동부 장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등을 역임한 유 회장은 노동정책과 관련해 “다음 대통령은 수시로 양대 노총(한국노총·민주노총) 위원장들을 만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노동 문제도 결국 사람 간의 문제”라며 “대통령이 일단 노총 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도 듣고 ‘지금 나라 형편이 이렇다. 협조해서 같이 가자’고 설득해나갈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회장은 “그동안 헌정회는 정치적 문제에서는 철저히 중립을 지켜왔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국가 전체를 위해 해야 할 말을 안 한다면 국가와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라고 했다.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가 원로들의 모임으로만 머물지 않고 국정 자문 등 역할을 확대해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유 회장은 악화된 한·일 관계를 예로 들며 원로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김종필 전 총리와 한일의원연맹 간사를 지낸 이병희 전 의원(1926∼1997)을 언급하며 “과거에는 한·일 관계가 경색될 때 이를 풀어주는 역할을 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사람이 안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 분야에서 오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지혜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유 회장은 “우리가 현역일 때 시행착오를 범했던 문제들을 후배 정치인들이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헌정회 차원의 국회 자문기구를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국회 상임위원별로 헌정회 차원의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해당 상임위 경력이 있는 전직 의원들이 현역 의원의 입법 활동 등을 자문하도록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