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3배로 뛴 비트코인… 지금 투자해도 될까

입력 2017-04-10 05:02



직장인 김모(34)씨는 지난해 1월 샀던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수익률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난다. 1비트코인을 46만원 정도에 샀는데 이달 가격이 130만원을 넘었다. 하지만 계속 갖고 있어야 할지 고민이다. 올해 중국발 비트코인 규제 움직임에 가격이 크게 출렁였던 게 신경 쓰인다.

비트코인은 물리적 형태가 없지만 금처럼 총량이 제한돼 있는 가상화폐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수익률 1, 3위를 스웨덴에 상장된 ‘비트코인 추종 ETF’가 차지했다. 지난달 2일 금값 1온스 가격인 1241달러(약 143만원)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아직 생소하다. 비트코인을 쓸 수 있는 가맹점도 국내엔 100여곳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당당한 투자자산으로 자리 잡을지에 대한 전망도 엇갈린다.

비트코인 투자가 의심에서 확신으로 들어섰다는 쪽에선 결제기능 확대에 주목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한 일본 점포가 이달 4500곳에서 연내 26만곳으로 늘어난다고 지난 5일 전했다. 식품, 여행 상품 판매 대기업인 리크루트라이프스타일 등이 계열사 점포에 비트코인을 도입한다. 외국인 여행객 지갑을 열기 위해서다. 이용자가 늘면 가격 강세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투자 상품화도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상장 승인을 신청한 ETF 상품 비트코인 인베스트먼트트러스트는 장외시장 운용 자산이 2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 당국이 지난달 다른 ETF 상품들의 상장을 잇달아 퇴짜 놨지만 기대감은 여전하다. 한국금융연구원 이광상 연구원은 9일 “투자자 보호 체계 보완을 통해 상장이 승인되면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를 제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안감도 여전하다.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가 리스크다. 글로벌 비트코인 거래 규모에서 중국의 비중은 98%로 압도적이다. 비트코인은 위안화 헤지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중국 당국은 자본 유출을 우려한다. 가격도 중국 규제 움직임에 롤러코스터를 탄다. 중국인민은행이 2013년 12월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하자 1240달러까지 올랐던 가격이 400달러 밑으로 급락했다. 중국인민은행은 다음해 4월 비트코인을 금지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난 1월 중국 3대 비트코인 거래소 조사를 시작했다. 돈세탁, 외환거래 등과 관련된 조사다. 거래자 신원 확인 의무화 등의 가이드라인도 곧 발표될 전망이다.

기술 관련 문제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19일 비트코인이 두 가지 버전으로 쪼개질 수 있다는 우려에 가격이 20%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비트코인의 거래 단위를 두고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다툼이 격화되며 유동성 우려 등 불확실성이 발생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1259달러를 찍었다가 1000달러 아래로 급락한 이후 회복세다.

기대와 불안감이 공존하지만 비트코인이 외환송금 및 편리한 결제수단을 제공해 주목받는 건 틀림없다. 비트코인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은 보안도 뛰어나고 개인인증 절차를 단순화할 수 있다. 일본은 법 개정을 통해 가상화폐를 공식 결제수단으로 인정했다. 미국, 영국 등은 최소한의 규제를 통해 비트코인을 통한 외환거래 등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6월 중 가상화폐 취급업 관련 제도 도입 및 거래 투명성 확보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