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새 금토드라마 ‘시카고 타자기’는 여러모로 기대를 모았다. 군 입대 및 건강 문제로 1년간 공백을 가졌던 유아인과 ‘미안하다 사랑한다’(KBS2·2004) 이후 1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임수정이 의기투합한 작품. 올 초 케이블 사상 최초로 시청률 20%를 돌파한 ‘도깨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거란 관측도 무리는 아니었다.
열렬한 관심 속에 뚜껑이 열렸는데 첫 성적은 다소 기대 이하였다. 8일 방송된 ‘시카고 타자기’ 2회 평균 시청률은 2.8%(닐슨코리아·유료플랫폼 전국 기준)을 기록했다. 전날 1회(2.6%)보다는 0.2%포인트 상승한 수치이나 ‘도깨비’보다는 한참 밑돈다. ‘도깨비’는 1회 6.3%로 출발해 2회 7.9%, 3회 12.4%로 껑충껑충 뛰어올랐다.
하지만 섣부른 평가를 내놓기는 이르다. 본격적인 스토리는 아직 시작조차 안 됐기 때문이다. 일단 유아인의 펄떡이는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다. ‘해를 품은 달’ ‘킬미 힐미’를 쓴 진수완 작가의 필력과 ‘공항 가는 길’을 연출한 김철규 PD의 영상미는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시카고 타자기’는 스타 작가 한세주(유아인)와 그의 열혈 팬 전설(임수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심부름 아르바이트를 하던 전설이 세주에게 의문의 타자기를 배송한 뒤 이를 둘러싸고 미스터리한 일들이 벌어진다. 이 드라마를 단순한 판타지 로맨스물로 보긴 어렵다. 2017년 서울와 1930년대 경성, 두 시대를 절묘하게 연결시켜 일제강점기 청춘들의 아픔까지 담아낸다.
김 PD는 “‘시카고 타자기’는 한 가지 장르로 규정짓기 힘든 드라마”라며 “경쾌한 코믹, 짙은 감성의 멜로, 애절한 사랑, 청춘의 울분, 독립투사들의 비장함과 처절한 동지애, 그리고 그들의 최후까지 다양한 유형의 감정과 관계들이 버무려져있다”고 소개했다.
‘시카고 타자기’라는 제목은 사실 중의적이다. ‘시카고에서 배송된 의문의 타자기’ 말고도 ‘톰슨 기관단총’을 뜻한다. 20세기 초중반 사용되던 이 총은 총소리가 타자기 치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이런 별명으로 불렸다.
이를 염두에 두면, 경성 배경 속 독립투사 임수정이 문인 유아인에게 건네는 대사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펜은 칼보다 강하고 타자기는 총보다 강하다. 좋은 글 쓰시라고요. 여자 꼬시고 부귀영화 꿈꾸는 그런 글 말고 정말 위대한 글.’
김 PD는 “최근 비슷한 타임슬립 소재의 판타지 드라마가 쏟아져 나온 건 사실”이라면서 “기존 작품들과 어떻게 차별화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분명한 건 ‘시카고 타자기’는 확실한 차별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라고 자신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시카고 타자기’ 유아인의 美친 연기… ‘도깨비’를 넘어라
입력 2017-04-10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