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얼굴) 충남지사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문재인 대세론’이 와해되는 분위기에서 안 지사가 구원투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문 후보의 가장 큰 약점인 중도·보수층 확장성 부족을 안 지사가 메울 수 있다는 논리다.
문 후보 측은 안 지사가 지사직을 사퇴하고 당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할 경우 이탈한 중도·보수 표심을 상당부분 되돌릴 수 있다고 본다. 안 지사 측에서도 내부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안 지사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할 결정이 쉽게 내려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문 후보 측은 민주당 경선 종료 이후 안 지사의 선대위 참여를 다각도로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과 인연이 있는 양측 캠프 관계자도 다수 접촉했다. 6∼7일에는 문 후보가 1박2일 일정으로 충남 홍성에 내려가 안 지사를 만났다.
안 지사 내부에서도 여러 의견이 나온다. 문 후보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운명 공동체’인 안 지사가 직접 나서준다면 문 후보와 안 지사 모두 ‘윈-윈’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단순 참여만으로는 이탈 표심을 회수할 수 없는 만큼 선대위 내 중책과 이에 상응하는 권한이 모두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번 경선을 통해 안 지사가 지방정부의 한계를 경험한 만큼 중앙정치 복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다소 이르지만 문 후보를 도와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명분이 있어 부담스럽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원칙론자인 안 지사가 대선에 휩쓸려 도정을 포기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안 지사 측은 “대선이나 중앙정치 복귀만을 생각하고 지사직을 사퇴한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매장될 만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경선에 참여하면서 미뤄둔 도정 현안도 적지 않다고 한다. 안 지사는 대권 도전을 선언하며 충남 도의회에 미리 양해를 구했을 만큼 도정에 대한 애착이 크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설사 안 지사가 선대위의 중책을 맡더라도 당장 흐름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우려다. 대선이 불과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홀로 감당할 만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경선 과정에서 안 지사를 향한 문 후보 지지층의 맹공도 걸림돌이다. 안 지사가 이날 문 후보를 만나 경선 승복을 다시 한번 강조했지만 중도·보수 및 충청 지지층이 받은 상처가 아물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가 많다.
안 지사 측은 문 후보와 안 지사가 정치적 뿌리가 같은 만큼 화학적 결합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이러한 사적인 관계만으로 안 지사의 정치 인생이 걸린 결정을 조급히 내리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때문에 극적인 변화가 없는 한 안 지사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당 선대위에 참여하는 수준에서 우회지원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 측은 “일단 안 지사가 사퇴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상황이 위급하다고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괼 수는 없는 거다. 문 후보의 안 지사 영입은 현 상황에서 타개책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안희정 구원투수론’… 양강구도 흔들 변수 되나
입력 2017-04-07 21:28 수정 2017-04-08 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