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 맞춘 듯… 트럼프, 시진핑과 만찬 직전 폭격 승인

입력 2017-04-08 05:01
지중해에 있는 미국 해군 구축함 ‘로스’에서 7일(현지시간) 발사된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이 함정에 걸린 성조기를 지나 시리아 알샤이라트 공군기지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AP뉴시스
미국이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대응으로 6일(현지시간) 시리아 공군기지를 크루즈 미사일로 공격한 것은 중국과 북한을 향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공격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직접 내린 첫 군사력 사용 명령이었다. 공격 시간은 트럼프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만찬을 끝낸 지 채 1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트럼프는 전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게서 세 가지 옵션을 보고받고 마라라고 리조트에 도착한 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사들과 회의를 거쳐 ‘제한적 타깃’을 겨냥한 공격 명령을 내렸다. 시 주석과의 만찬 직전 공격 승인이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6∼7일 이뤄진 미·중 정상회담 와중에 시리아 공습을 단행한 것은 우연이라고 하기엔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다. AP통신은 “미국의 또 다른 안보 딜레마인 북핵 문제가 논의될 미·중 정상회담 중에 미사일 공격을 한 것은 중국에도 보내는 메시지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현재 북한을 감싸는 중국을 향해 강경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플로리다 공항에서 시 주석을 영접한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국이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한 영향력을 행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시리아 공격은 중국이 막아서더라도 미국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 독자적인 군사행동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과시한 것이다.

북한을 향해서도 화학무기를 사용하거나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일본이나 미국령 괌까지 도달하는 등 ‘레드라인’을 넘어설 경우 즉각적인 군사적 행동도 가능하다는 암시를 준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중국이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가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시리아 공격으로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질 수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특히 트럼프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자 북한에 대해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에 있다”고도 했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 기조는 ‘한반도 안정’이다. 북한의 핵 개발은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는 제재까지 갈 수 없다는 것이 중국의 딜레마였다. 현재 중국은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쌍궤병행(雙軌竝行,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정 협상 동시 진행)과 쌍중단(雙中斷,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주장하고 있다.

한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미국의 의지를 확인한 이상 중국도 마냥 미국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입장에 놓였다”고 평했다. 때문에 중국이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대응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 미국 측의 대북제재 요구를 충분히 들어주는 쪽으로 선회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시리아 공격으로 미국의 대외 정책 우선순위가 북핵보다 시리아 등 중동 문제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실적으로 2개의 전쟁은 버겁기 때문에 미국이 시리아에 깊이 개입할수록 상대적으로 북한 문제는 차선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얘기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