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슬기 동점골… 평양 5만 함성 잠재웠다

입력 2017-04-07 21:05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의 미드필더 장슬기(오른쪽 뒤)가 7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의 2018 여자아시안컵 B조 예선 경기에서 후반 30분 만회골을 넣은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장철구 종합대학 학생들이 관중석에서 황금색 종이나팔을 들고 열띤 응원을 하는 모습. 평양=사진공동취재단

7일 여자 축구 ‘남북대결’이 이뤄진 평양의 김일성경기장. 경기 시작 두 시간 전부터 김일성경기장 앞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김일성경기장은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장 구역별로 같은 색깔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애국가에 이어 북한 국가가 연주되자 5만 관중이 합창하는 모습은 장관을 이뤘다. 국가 연주가 끝난 뒤 경기장은 황금색 종이나팔로 물들었다. 관중석에선 “단숨에∼”라는 구호가 나왔다. 경기가 시작되자 관중석에서 관현악단 공연까지 이뤄졌다. 파도타기 응원도 펼쳐졌다. 엄청난 응원 물결이었다. 하지만 태극낭자들은 주눅들지 않고 역사적인 평양 원정을 1대 1 무승부로 마쳤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이날 열린 북한과의 2018년 요르단 여자아시안컵 예선 B조 경기에서 비겨 소중한 승점 1점을 따냈다. 지난 5일 인도를 10대 0으로 대파한 한국은 1승1무(승점 4)가 됐다. 한 경기를 더 치른 북한은 2승1무(승점 7)를 기록 중이다. 한국은 두 경기, 북한은 한 경기를 남겨놓고 있는데 남은 경기에서 골득실 및 다득점에서 우위를 점하는 쪽이 한 장뿐인 여자아시안컵 본선 티켓 주인공이 된다.

북한 관중은 경기 내내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북한 선수들이 공을 잡으면 환호하고, 한국 선수들이 공을 잡으면 야유를 보냈다. “잘한다”, “본때를 보여라” 등의 응원 구호와 짝짝이 소리가 너무 커 경기 내내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

전반 추가 시간 북한의 신예 공격수 승향심이 폭발적인 개인기로 선제골을 터뜨리자 관중은 그라운드가 떠나갈 듯 환호를 내질렀다. 전반 종료 휘슬이 울리자 또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후반 30분 한국 미드필더 장슬기가 동점골을 넣자 경기장은 순간 침묵에 빠졌다. 한국 벤치의 선수단은 펄쩍펄쩍 뛰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북한 관중들은 경기가 재개되자 “무조건 이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경기가 끝난 뒤 북한 선수들이 관중석을 돌며 인사하자 격려 박수를 치는 것을 끝으로 관중은 경기장을 바삐 빠져나갔다.

태극낭자들은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한 뒤 “한국 여자 축구의 미래를 지켜냈다”며 웃었다. 전반 5분 북한의 페널티킥을 막아낸 골키퍼 김정미는 “페널티킥 때 상대 선수(위정심)에게 ‘어디로 찰 거냐, 왼쪽으로 찰 거지’ 하고 작게 말을 걸며 나름 심리전을 걸었는데, 통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미가 페널티킥을 막았을 때 북한 선수가 달려들어 김정미를 찬 바람에 양 팀 선수들은 신경전과 함께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만회골을 넣은 장슬기는 “신경전도 심했고 응원 소리도 예상보다 커 경기장에서 아무 소리도 안 들릴 정도였는데, 소음 대비 훈련이 효과가 있었다. 우리를 응원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윤덕여 감독은 경기 후 “패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무승부로 마쳤지만 만족스럽고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 3차전과 4차전에서도 최대한 많은 득점을 할 수 있는 공격 패턴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광민 북한 감독은 “경기 초반 페널티킥을 실축했고, 선수들이 심리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남측 대표팀은 2013년도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팀이 그대로 가고 있다. 선수들이 팀에 오래 있어 조직적인 모습이 나타났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