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시진핑 보란듯… 美, 시리아 맹폭

입력 2017-04-07 17:51 수정 2017-04-07 21:2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만찬행사 참석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웃는 모습의 시 주석과 달리 트럼프의 표정은 심각하다. AP뉴시스
만찬이 끝난 지 불과 1시간 만에 지중해에 배치된 미 해군 구축함 로스함에서 시리아 알샤이라트 공군기지를 향해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이 발사되는 모습. AP뉴시스
미국이 100명가량의 사망자를 낸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응징으로 시리아 공군기지를 폭격했다. 이번 공격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상대로 한 미국의 첫 공격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첫 대규모 군사행동이어서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아울러 미국이 북핵 문제가 논의될 미·중 정상회담 와중에 전격적으로 타격함으로써 중국과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6일 밤(한국시간 7일 오전 10시) 지중해 동부 해상에 있는 해군 구축함 포터함과 로스함에서 시리아의 공군기지를 향해 59발의 토마호크 크루즈(순항)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공격 목표는 시리아 중부 홈스 인근 알샤이라트 공군기지의 전투기와 격납고, 통제타워, 무기저장소, 레이더 등이다. 알샤이라트 공군기지는 지난 4일 반군 점령 지역에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한 시리아 전투기들이 이륙한 곳이다.

미 국방부의 제프 데이비스 대변인은 “미사일 폭격으로 공군기지에 있던 전투기와 보조시설 등이 파괴돼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운송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시리아 공군기지에 있는 러시아와 시리아 인력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에 러시아군에 폭격 방침을 알렸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날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찬 후 긴급성명에서 “나는 화학무기 공격이 시작된 시리아 공군기지에 타격을 지시했으며, 이는 미국의 핵심 안보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시리아가 금지된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시리아의 학살과 유혈사태, 모든 종류의 테러리즘을 끝낼 수 있도록 문명국들이 동참해 달라”고 말했다.

이번 공습으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함께 고수해 왔던 대외문제 불개입 원칙 등 외교·안보 기조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는 그동안 “비극적 외교정책의 재앙들을 물려받았다”면서 ‘세계의 경찰’ 역할에 회의적인 입장이었지만 미사일 공격과 함께 시리아 내전에 발을 들여놓은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는 시 주석과의 만찬 직전 미사일 공격을 승인했으며 만찬에서 시 주석에게 직접 이 사실을 귀띔해 줬다. 공습 시점을 두고 트럼프가 최근 북핵 문제에 대해 “중국이 하지 않으면 우리가 해결하겠다”고 한 말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가 북한, 이란 등 잠재적 적들을 향해 사전 예고 없이도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대통령실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시리아 공격을 주권국가에 대한 침략으로 보고 있다”며 “이는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