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계 안보에 적용

입력 2017-04-08 00:00 수정 2017-04-08 00:46
지중해 동부 해상에서 7일(현지시간) 시리아 알샤이라트 공군기지를 향해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한 미 해군 구축함 로스함이 지난달 3일 스페인 로타 해군기지에 입항해 있는 모습(위 사진). 이날 공격으로 알샤이라트 공군기지 내 전투기 격납고가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돼 있다. AP뉴시스, 유튜브

시리아 사태에 직접적인 개입을 꺼리던 미국이 7일 본격적인 군사작전에 돌입하게 된 배경엔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응징’뿐만이 아니라 복합적인 국내외 정세가 얽혀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전 세계를 충격과 분노로 몰아넣은 화학무기 공격으로 시리아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는 시점에 강공으로 전환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집권 슬로건을 군사와 안보 영역으로도 확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풀지 못한 시리아 문제를 후임자가 해결한다는 인상을 심어주며 중동을 넘어 국제 정세에서 다시 ‘힘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오바마 행정부는 2013년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며 군사 개입을 예고했지만 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미국의 개입이 좌초된 이후 알아사드 정권은 반정부 세력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고, 이후 심화된 시리아의 난맥상은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탄생의 배경이 됐다는 비판이 확산됐다.

미국이 시리아 중부 홈스 인근의 알샤이라트 공군기지를 우선적인 타격 목표로 삼은 것 역시 복잡하게 얽힌 시리아의 현 상황과 맞물린 전략적 판단이다. 미국은 공격 사실을 발표하면서 알샤이라트 공군기지가 화학무기 공격을 자행한 시리아 전투기들이 이륙한 곳이라고 지목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6년의 내전 기간 동안 반군을 겨냥한 시리아 정부군의 공습은 이번 화학무기 공격 참사를 비롯해 숱한 민간인 희생자를 양산해 왔다. 시리아 내전 종식과 정권 교체를 위해서도 알아사드의 전투기를 시리아 하늘에서 걷어내는 일이 급선무였다.

한편 미국의 미사일 공격에 대해 시리아는 당장 ‘침략행위’를 운운하며 비난했다. 알샤이라트 공군기지가 위치한 시리아 홈스의 탈랄 바르자니 주지사는 시리아 국영방송에 출연해 “미국의 미사일 발사는 침략행위”라고 비난하며 “알샤이라트 공군기지는 팔미라의 IS에 대한 공습작전을 지원하는 거점으로 미군의 공격은 테러조직에 이익이 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리아 관영 사나통신은 이날 미국의 미사일 공격으로 공군기지 인근 마을 3곳에서 어린이 4명을 포함해 민간인 9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국방부는 이날 군인 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시리아 공군 준장을 포함 최소 4명의 정부군이 사망했으며, 수십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도 이날 “공군기지에서 미그-23 전투기 6대가 파괴됐다”면서 미사일 “59발 중 23발만 공군기지에 떨어진 반면 나머지 36발의 행방을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혀 시리아 측의 민간인 피해 주장을 뒷받침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어 “(시리아 내) 가장 민감한 (군사) 인프라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시리아군 방공 시스템을 더 강화하는 일련의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덧붙여 시리아에 배치한 러시아의 첨단 미사일방공시스템 S-300과 S-400 등을 추가 도입할 뜻을 내비쳤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취임 77일 만에 첫 군사작전을 명령한 트럼프가 기회와 함께 위기를 갖게 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신문은 시리아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간 ‘신냉전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며 시리아 정권 붕괴로 소멸 직전의 IS가 재기할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함께 지적했다.

당장 러시아는 시리아 상공에서의 충돌 방지를 위해 미국과 맺었던 ‘항공안전 협정’을 파기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시리아 공격을 논의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키워드: 토마호크 미사일

토마호크(Tomahawk)는 미군이 운용하는 장거리 순항미사일로 핵탄두 탑재도 가능한 전천후 공격 무기다. 북미 인디언들이 전투에 사용하던 투척용 도끼에서 명칭을 따왔다. 길이 6.25m에 중량이 1.44t이고 시속 880㎞의 속도로 최대 2500㎞를 날아갈 수 있다. 대당 가격은 130만 달러(약 15억원)에 이른다. 미국 제너럴 다이내믹스사가 1970년대에 토마호크를 개발한 이후 본격적으로 실전에 투입된 걸프전쟁(1991년)에서 이라크군 시설을 효과적으로 파괴하며 명성을 얻었다. 이후 코소보 사태 등 1990년대 미국이 개입한 거의 모든 전장에서 사용됐고, 2001년 아프가니스탄전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