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데는 반도체의 ‘슈퍼호황’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부터 꾸준한 호조세를 이어오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1분기 메모리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은 작년 대비 각각 18%와 9% 상승했다. 특히 낸드플래시 가격은 올해 들어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중국 기업의 메모리반도체 사업 진출이 늦어지면서 삼성전자가 늘어난 수요의 대부분을 흡수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D램 점유율은 46%, 낸드플래시는 36%에 달한다. 디스플레이도 OLED와 LCD 패널 단가 상승으로 영업이익을 견인하고 있다.
반도체·부품(DS)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연속으로 상승했다. 지난 4분기에는 영업이익 6조34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 실적을 올렸다. 전통적 비수기인 1분기임을 고려하더라도 올해 DS 부문 영업이익은 7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3년 IT·모바일(IM) 부문의 6조원대 이익을 넘어서는 규모다.
메모리반도체의 장기 호황은 스마트 디바이스의 보급·확산에 기업용 서버 등 고용량·고성능 메모리반도체의 폭발적 수요 증가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태블릿과 각종 웨어러블 기기, 가상현실(VR) 기기 등이 점차 고성능화되면서 높은 스펙의 D램·낸드플래시 등이 요구되고 있다. D램은 고사양 스마트폰 출시와 더불어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2020년에는 D램을 탑재하는 채용량이 지금보다 배가량 높아진다는 예측도 나온다. 여기에 클라우드 서비스와 데이터센터 등을 제공하고 구축하기 위한 기업들의 서버 수요가 포개지면서 메모리반도체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하드디스크를 대체할 차세대 저장장치인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수요도 점점 늘고 있다.
갤럭시S8에 이어 하반기 출시되는 갤럭시 노트8(가칭)도 큰 이슈가 없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기대는 2분기 실적에 쏠리고 있다. 벌써부터 2분기 실적이 12조∼13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예약판매 첫날 갤럭시S8의 판매량은 전작인 갤럭시 노트7보다 30∼40%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연간 영업이익은 40조원을 넘어 50조원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29조2400억원이었다. 삼성전자는 2013년 36조78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로 인한 리더십 공백은 숙제로 남아 있다. 1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된 이날 이 부회장은 서울중앙지법에서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첫 재판을 받았다. 공격적 투자로 미래 산업을 재편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를 결정해줄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1분기 좋은 실적을 낸 건 3∼4년 전 오너의 과감한 결단에 따른 선제적 투자와 경영판단에 따른 결과”라며 “오너 부재 상태인 삼성전자가 계속해서 이 같은 실적을 이어나갈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하만 인수와 같은 대규모 투자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갤S8 판매 반영 2분기, 삼성전자 영업익 12조 전망
입력 2017-04-07 18:16 수정 2017-04-07 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