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6일 충남에 내려가 안희정 충남지사와 1박2일간 회동했다. 이재명 성남시장과도 7일 만찬을 함께하며 대선 전략을 논의했다. 중도층 이탈 현상을 막기 위한 1차 조치다. 안 지사가 지사직을 사퇴하고 당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하는 방안도 양측에서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문 후보의 중도 지향 발걸음은 가볍지 않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지난해 4·13총선에서 정치 지형상 중도·보수 지대를 선점했다. 정책적으로도 ‘적폐 청산’을 내세운 문 후보보다 오른쪽이다. 민주당 내 비문(비문재인) 그룹과 국민의당, 김종인 무소속 후보 세력이 일제히 제기하는 패권주의 프레임은 문 후보의 행동반경을 좁히고 있다. 아들 준용씨의 취업 특혜 의혹은 취업절벽에 시달리는 젊은층에게 큰 반감을 사고 있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대세론’ 단어도 사라지는 형편이다.
문 후보가 안 지사를 1박2일 동안 찾은 것은 경선 과정에서 이탈한 안 지사 지지층을 흡수하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6일 오후 충남 홍성 충남지사 관사를 비공개로 찾아 안 지사와 1시간30여분 동안 만찬을 했다. 이어 관사 뒷산 텃밭 주변을 산책하며 경선 소회와 대선 전략을 논의했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합치자는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문 후보는 7일 오전에도 안 지사와 충남도청에서 회동했다. 문 후보는 집권 시 지자체장과의 제2국무회의 신설 등 안 지사의 공약을 계승하고 충남 숙원사업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함께 밝혔다. 문 후보는 “안 지사와 함께 정권을 교체하고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며 “안 지사는 단체장이라 당 선대위 참여가 어렵지만 캠프에서 활동하셨던 분들은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6일 만찬에 대해서는 “같은 식구고 끈끈한 동지다. 성공적인 국정운영 과제에 대한 서로의 마음과 동지애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안 지사는 “경선에 참여했던 분들 모두 승복하고 당의 이름으로 힘을 모으는 것이 민주주의의 대원칙”이라고 화답했다. 또 경선 과정에서의 파열음에 대해서는 “사랑하는 사이는 원래 그렇게 다투면서 사랑을 깊게 한다”며 “우리 모두 그렇게 산다. 다툼이 있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안 지사의 당 선대위 참여 여부는 향후 대선 구도를 흔들 수 있는 유력한 변수로 꼽힌다. 안 지사가 문 후보 선대위에 참여하려면 지사직을 사퇴해야 한다. 안 지사 역시 정치적 운명을 걸어야 하는 선택이다. 안 지사 측은 문 후보 측의 선대위 참여 요청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는 차담회 직후 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충남도민에 대한 도리가 있는데 충남에 와서 감히 그런 말씀이 있을 수 있겠느냐”며 이번 회동에서 관련 논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강준구 기자, 홍성=최승욱 기자 eyes@kmib.co.kr
[투데이 포커스] ‘安風’에 깜짝… 문재인, 긴급 SOS
입력 2017-04-0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