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安風’에 깜짝… 문재인, 긴급 SOS

입력 2017-04-08 05:00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가 7일 오전 충남 홍성 충남도청 청사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와 손잡고 있다. 문 후보는 안 지사의 지역정책 공약을 그대로 이어받겠다고 했다. 문 후보는 전날 오후 늦게 안 지사 관사를 찾아 만찬 회동도 했다. 뉴시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6일 충남에 내려가 안희정 충남지사와 1박2일간 회동했다. 이재명 성남시장과도 7일 만찬을 함께하며 대선 전략을 논의했다. 중도층 이탈 현상을 막기 위한 1차 조치다. 안 지사가 지사직을 사퇴하고 당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하는 방안도 양측에서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문 후보의 중도 지향 발걸음은 가볍지 않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지난해 4·13총선에서 정치 지형상 중도·보수 지대를 선점했다. 정책적으로도 ‘적폐 청산’을 내세운 문 후보보다 오른쪽이다. 민주당 내 비문(비문재인) 그룹과 국민의당, 김종인 무소속 후보 세력이 일제히 제기하는 패권주의 프레임은 문 후보의 행동반경을 좁히고 있다. 아들 준용씨의 취업 특혜 의혹은 취업절벽에 시달리는 젊은층에게 큰 반감을 사고 있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대세론’ 단어도 사라지는 형편이다.

문 후보가 안 지사를 1박2일 동안 찾은 것은 경선 과정에서 이탈한 안 지사 지지층을 흡수하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6일 오후 충남 홍성 충남지사 관사를 비공개로 찾아 안 지사와 1시간30여분 동안 만찬을 했다. 이어 관사 뒷산 텃밭 주변을 산책하며 경선 소회와 대선 전략을 논의했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합치자는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문 후보는 7일 오전에도 안 지사와 충남도청에서 회동했다. 문 후보는 집권 시 지자체장과의 제2국무회의 신설 등 안 지사의 공약을 계승하고 충남 숙원사업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함께 밝혔다. 문 후보는 “안 지사와 함께 정권을 교체하고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며 “안 지사는 단체장이라 당 선대위 참여가 어렵지만 캠프에서 활동하셨던 분들은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6일 만찬에 대해서는 “같은 식구고 끈끈한 동지다. 성공적인 국정운영 과제에 대한 서로의 마음과 동지애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안 지사는 “경선에 참여했던 분들 모두 승복하고 당의 이름으로 힘을 모으는 것이 민주주의의 대원칙”이라고 화답했다. 또 경선 과정에서의 파열음에 대해서는 “사랑하는 사이는 원래 그렇게 다투면서 사랑을 깊게 한다”며 “우리 모두 그렇게 산다. 다툼이 있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안 지사의 당 선대위 참여 여부는 향후 대선 구도를 흔들 수 있는 유력한 변수로 꼽힌다. 안 지사가 문 후보 선대위에 참여하려면 지사직을 사퇴해야 한다. 안 지사 역시 정치적 운명을 걸어야 하는 선택이다. 안 지사 측은 문 후보 측의 선대위 참여 요청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는 차담회 직후 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충남도민에 대한 도리가 있는데 충남에 와서 감히 그런 말씀이 있을 수 있겠느냐”며 이번 회동에서 관련 논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강준구 기자, 홍성=최승욱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