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운명의 키를 쥔 국민연금이 자율적 채무재조정안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최종 입장을 산업은행에 전달했다. 오는 10일까지 수정안을 회신해 달라고 했다. 금융 당국은 채무재조정 수정은 어렵고 실패 시 P-플랜(단기 법정관리)이 불가피하다고 배수진을 친 상황이다. 치킨게임이 가열되는 상황에 대우조선 운명이 10일 첫 고비를 맞게 됐다.
국민연금이 산업은행에 요구한 수정안에는 출자전환 비율, 가격 변경 등 회사채 투자자의 피해를 줄이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추가 감자가 필요하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측 안은 회사채 투자자들의 채권 50%를 주식으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만기를 유예하는 게 골자다. 국민연금 등은 부실 책임이 있는 국책은행에 비해 부담해야 하는 손실이 과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료 제출을 둘러싼 기싸움도 계속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재무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제3기관 실사 결과 등 자료를 아직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산업은행 측은 평가에 필요한 자료는 다 넘겼다고 반박하는 등 입장차가 있다.
금융 당국은 채무재조정안 수정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 치킨게임의 끝은 오리무중이다. 산업은행이 주식을 추가 소각해야 한다는 사채권자 측 주장도 일축한 상황이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12월 대우조선 주식 6000만주를 무상감자 후 소각했는데 또 책임질 수는 없다는 시각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전날 “P-플랜 준비는 다 돼 있다”며 다시 한번 엄포를 놨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등 국책은행 수장들은 10일 국민연금 및 기관투자가들을 만나 설득에 나선다.
P-플랜 돌입 시 예상되는 손실도 만만치 않아 국민연금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P-플랜 시 해외 수주가 취소되는 등 여러 사안이 촉발될 수 있다”며 “국민연금으로서도 채무재조정안에 동의해 채권의 50%라도 3년 뒤 상환을 보장받는 게 낫다. 반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진투자증권 김인 연구원은 채무재조정 실패 시 상장은행들의 추가 충당금 적립 규모가 988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충당금 부담에 따른 은행권 실적 감소도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다음 주말까지 채무재조정안 동의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대우조선의 대주주도 아니고 투자 손익에 따라 최선의 결정을 내릴 뿐”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정부·국민연금 핑퐁게임 가열… 대우조선 오리무중
입력 2017-04-07 18:26 수정 2017-04-08 0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