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많은 대화에도 얻어낸 게 없다” 뼈 있는 농담

입력 2017-04-08 0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오른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만찬 행사에 참석하기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과 중국 대표단이 만찬장에 앉아 있는 모습.AP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위해 마련된 만찬행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AP뉴시스
“지금까지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아직 얻어낸 것은 없다. 그러나 우정을 쌓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베푼 첫 만찬은 최고급 음식이 곁들여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트럼프는 그러나 만찬을 시작하면서 뼈 있는 농담을 던져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

트럼프와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6일 오후 5시10분쯤(현지시간) 마라라고 리조트 만찬장 건물 앞에서 검정색 리무진을 타고 도착한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직접 맞았다. 트럼프는 시 주석과 악수하며 반갑게 인사했고, 양국 정상 내외는 만찬장 계단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실내로 들어갔다. 트럼프와 시 주석은 이후 두 정상을 수행한 양국 장관들을 소개하면서 환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환담시간이 길어지면서 첫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만찬은 당초 예정시간보다 40분 늦어진 오후 7시10분 시작됐다. 빨간색 넥타이를 맨 트럼프와 파란색 넥타이 차림의 시 주석은 테이블에 나란히 앉았고, 멜라니아 여사와 펑 여사는 각자 남편 옆에 앉았다.

트럼프는 “시 주석의 부인 펑 여사는 놀라운 재능을 가진 가수로 중국에서는 대단한 명사”라며 “시 주석과 펑 여사를 미국으로 초대하게 돼 영광”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그는 이내 “우리는 이미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아직 얻어낸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만찬장에 웃음소리가 번졌지만, 일각에선 정상회담이 트럼프가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걸 암시하는 유머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트럼프는 그러나 “우리는 우정을 발전시켰다”고 만남의 의의를 평가했다.

시 주석은 “중·미가 협력할 이유는 1000개지만 관계를 깨뜨릴 이유는 0개”라면서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트럼프에게 올해 안에 중국을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고, 트럼프는 이에 응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이날 만찬은 양국 정상과 공식 수행원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미국 측에선 트럼프의 장녀 부부인 이방카 트럼프와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양국 정상과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렉스 틸러슨 국무, 스티븐 므누신 재무,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도 참석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만찬 메뉴는 스테이크와 생선, 와인 등 최고급 음식으로 채워졌다. 스테이크는 뉴욕스트립 스테이크로 요리했으며, 생선은 도버 서대기(도버해협에서 잡히는 가자미목의 일종)로 마련됐다. 와인은 소노마 코스트산 ‘초크힐 샤르도네 2014’(화이트와인)와 나파밸리산 ‘지라드 카베르네 소비뇽 2014’(레드와인) 두 종류가 제공됐다. 후식으로는 초콜릿 케이크, 그리고 레몬·망고·라즈베리 3색 셔벗이 나왔다.

앞서 시 주석 내외는 이날 오후 1시40분쯤 팜비치 국제공항에 도착해 틸러슨 장관 부부의 영접을 받으며 숙소인 ‘오 팜비치 리조트 앤드 스파’에 여장을 풀었다.

두 정상은 7일 오전 확대정상회담을 가진 뒤 실무오찬을 끝으로 정상회담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