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크기 개인정보 수집 고지, 무죄는 잘못”… 대법, 2심까지 무죄 뒤집어

입력 2017-04-08 05:03
1㎜ 크기로 적힌 홈플러스의 고객정보 제공 고지. 서울중앙지법과 고등법원의 판결과 달리 대법원은 7일 불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참여연대 제공

경품 행사로 모은 고객의 생년월일,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팔아넘긴 홈플러스 측에 선고됐던 무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깨졌다. 하급심에선 홈플러스가 1㎜ 크기 글씨로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을 알린 걸로 고지(告知) 의무를 이행했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소비자 입장에서 읽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홈플러스 법인과 도성환(62) 전 사장 등에게 내려졌던 2심 무죄 판결을 7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홈플러스가 경품행사 진행 사실을 알리는 광고에서 개인정보를 판매하려는 목적을 숨겼다고 지적했다. 또 사생활 비밀에 해당하는 응모자의 자녀 수, 동거 여부, 심지어 주민등록번호까지 적게 하며 “수집·제공에 동의하지 않으면 추첨에서 제외된다”고 고지한 것은 개인정보보호 원칙에 위반된다고 봤다.

특히 대법원은 응모권 뒷면에 기재된 수집·제공 동의 관련 글씨가 약 1㎜로 작았던 점을 주목했다. 대법원은 “소비자 입장에서 그 내용을 읽기가 쉽지 않다” “단순 사은행사로 오인하고 응모한 고객은 인식을 바로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2심은 “1㎜ 정도 글자 크기는 현행 복권이나 의약품 사용설명서 등의 약관에서도 통용되고, 실제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응모자도 상당히 있었다”고 판단했었다.

홈플러스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경품행사로 712만명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그중 600만건을 신한생명 등에 판매한 뒤 약 119억원을 받았다. 이날 대법원은 홈플러스에 과징금 4억3500만원을 매긴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도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