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사제지간으로 인연을 맺고 한솥밥을 먹었던 두 남자의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가 시작됐다. ‘양파고’ 양상문(56·LG 트윈스) 감독과 ‘빅보이’ 이대호(35·롯데 자이언츠)가 그 주인공이다.
양 감독과 이대호는 올 시즌 프로야구(KBO)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설전을 벌이며 전쟁을 예고했다. 양 감독은 “이대호의 장단점은 이미 훤히 꿰뚫고 있다. 롯데와 만나면 우리 투수들에게 이대호의 약점을 낱낱이 공개하겠다”고 자극했다.
평소 입담이 좋기로 소문난 이대호가 양 감독의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이대호는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약점이 언제 적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 감독님을 모신 지 10년도 더 됐다”며 “LG투수들이 내 약점을 알아도 공을 제대로 던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맞받아쳤다.
양 감독은 2004년부터 두 시즌 동안 롯데 사령탑을 지냈다. 당시 프로 데뷔 4년 차였던 이대호는 롯데를 대표하는 거포로 성장 중이었다. 그로부터 1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대호는 일본과 미국 무대를 거쳐 올 시즌 친정팀 롯데에 돌아왔고, 양 감독과는 적이 됐다.
7일 롯데의 홈구장인 부산 사직구장. LG와 롯데는 2017시즌 정규리그 첫 맞대결을 펼쳤다. 양 팀은 이번 주말 3연전 결과에 따라 시즌 초반 선두권을 지키거나 순위를 맞바꿀 수 있다. 두 팀 모두 시즌 초반 상승세를 타고 있어 야구팬들의 관심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LG는 개막 5경기에서 창단 후 처음으로 5연승을 달렸다. 무엇보다도 팀 분위기가 좋다. 2014년 LG 지휘봉을 잡은 양 감독의 리빌딩 작업도 순조롭다. 이형종 서상우 채은성 이천웅 등 젊은 야수들의 성장이 돋보인다. 외국인 투수 헨리 소사가 벌써 2승을 챙겼다. LG 마운드는 개막 5경기에서 팀 평균자책점 1.25로 전체 1위에 올랐고, 피홈런도 없었다.
4연승을 달린 롯데도 만만찮다. 벌써부터 ‘이대호 효과’가 나온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이대호는 개막 5경기에서 타율 0.471(17타수 8안타) 2홈런 4타점으로 불방망이 쇼를 펼쳤다. 출루율은 0.563, 장타율은 0.929를 기록했다.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를 비롯해 전준우 최준석 등 타선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동료들의 타격감도 덩달아 달아올랐다.
이제 양 감독과 이대호는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누는 사이다. 적어도 야구장에선 옛정을 잊고 각자의 팀 승리를 위해 싸우는 일만 남았다. 적으로 만난 사제의 시즌 첫 맞대결 승자는 9일 가려진다.
박구인 기자
[프로야구] 적으로 만난 사제 양상문-이대호
입력 2017-04-07 1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