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앞두고 정면충돌

입력 2017-04-07 18:39 수정 2017-04-07 21:22
“검찰은 경찰국가 시대의 수사권 남용을 통제하기 위해 준사법적 인권옹호 기관으로 탄생했습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7일 서울동부지검 신청사 준공식에 참석해 기념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근대적 검찰제도는 시민혁명의 산물”이라고도 했다. 검찰제도의 의의를 경찰 수사권 남용 통제와 인권 옹호로 꼽은 것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검찰총장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셈이기도 하다.

김 총장은 “선진 각국을 비롯해 국제형사재판소, 옛 유고전범재판소, 유럽검찰청 등 국제재판소나 국가 간 연합체에서도 검사에게 수사와 공소 기능을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사법제도를 바꾼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에서도 검사가 경찰을 지휘하고 또 직접 수사가 가능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철성 경찰청장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수사는 경찰이, 검찰은 기소만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김 총장의 발언 이후 경찰은 발끈했다. 경찰청 황운하 수사구조개혁단장은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수사·기소 분리 대비 현장 경찰관 대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현재 국정 농단의 공범은 검찰이라는 것이 많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현 검찰 제도가 잘못됐다는 것은 숱한 부패와 인권침해로 입증됐다” “경찰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압수수색,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검찰청은 황 단장의 주장에 “도를 넘었다”며 유감을 표했다. 대검은 “기관 간의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검찰 구성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대검은 황 단장이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설명하는 수사·기소권 분리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님을 밝힌다”고 했다. 대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7개국이 검사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헌법이나 법률에 규정하고 있다”며 “황 단장은 글로벌 스탠더드의 근거가 무엇인지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경원 윤성민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