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안철수 때리기’로 전환했다. 보수 민심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다. 최근에는 주요 공격 대상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서 안 후보로 바뀐 인상마저 주고 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안 후보의 아킬레스건을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로 보고 맹공을 퍼부었다. 보수층이 거부감을 갖고 있는 박 대표를 정조준하면서 보수층과 안 후보를 떼어놓겠다는 전략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7일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열린 부산지역 당원 필승대회에 참석해 “안 후보 뒤에는 박지원 대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대표는 대북송금 사건 주범으로 감옥 살다 온 사람인데 이분이 대북 송금한 돈으로 북한 김정은이 핵 개발을 했다”고 비판했다. 또 “국민의당은 사드(THAAD)를 당의 공식 입장으로 반대하는 집단”이라고 몰아붙였다.
홍준표 한국당 후보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박지원 대표는 무서운 분”이라며 “뒤에서 모든 것을 오퍼레이팅하고 밖으로 안 나오는 것을 보면 무서운 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홍 후보는 전날 안 후보를 “박지원의 각본에 춤추는 인형에 불과하다”고 폄하하기도 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시중에는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안철수 정권이 아니라 박지원 정권이라는 말이 횡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지원 섭정정치, 상왕정치, 지원 대원군이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보수층을 자극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안 후보 흠집 내기에 나선 것은 대선 판도가 ‘문재인·안철수 양강 구도’로 조기에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특히 문 후보를 이길 수 있는 대안으로 안 후보가 급부상하면서 보수층의 ‘안철수 쏠림 현상’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배어 있다.
안 후보가 보수층을 잠식하면서 보수 후보 단일화 논의도 다시 떠오르고 있다. 홍 후보는 경기지역 언론사 편집국장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바른정당과 한국당의 합당은 대선 전에 하는 것이 좋으며, 합치는 문제는 다음 주 중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수 대표성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후보는 또 “국민의당과 연대는 어떤 식으로도 안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후보에 맞서기 위해 이념과 정책이 맞지 않는 정당과 손잡는 연대도 안 할 것”이라며 ‘반(反)문재인 연대’에 참여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국당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민군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을 지낸 박정이(사진) 전 1군사령관을 당 상임중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다. ‘홍준표 선대위’의 첫 외부인사 영입이다. 충남 홍성 출신인 그는 육사 32기로, 수도방위사령관 등을 지낸 뒤 대장으로 예편했다. 육사 32기 입학시험에 합격했지만 고려대로 진학한 홍 후보와는 육사 동기가 될 뻔했던 사이다. 이번 영입은 안보 이슈를 쟁점화해 보수층의 지지를 얻기 위한 포석이다.
하윤해 이종선 기자 justice@kmib.co.kr
문재인 보다 안철수… 主敵 바꾼 한국·바른정당
입력 2017-04-0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