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南남北여’… 北, 어린 싹 키우기 ‘비법’

입력 2017-04-07 18:28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2015년 8월 10일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축구선수권대회(동아시안컵)에서 우승하고 귀국한 북한 여자 축구 선수들과 악수하며 축하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북한 여자 축구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0위다. 17위인 한국보다 7단계 높다. 성인 여자 대표팀은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진행 중인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 B조 경기에서 인도와 홍콩을 각각 8대 0, 5대 0으로 제압하며 강호다운 면모를 보였다.

아우들의 기량은 더욱 놀랍다. 지난해 10월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17세 이하(U-17)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했으며, 두 달 후엔 20세 이하(U-20) 여자 월드컵 우승 트로피도 들어올렸다. 북한 여자 축구가 강한 이유는 뭘까.

최근 아시아축구연맹(AFC)은 “북한 여자 축구가 국가 차원의 지원으로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며 “북한은 2013년 5월 평양 시내 능라도에 훈련장과 기숙사 등을 갖춘 평양 국제축구학교를 세웠다”며 “총 200여 명의 선수가 훈련하고 있는데, 이들 중 40%는 여자 선수들이다”고 소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체육강국’ 구상에 따라 설립된 평양 국제축구학교는 다양한 지역에서 올라온 9∼15세 축구 영재들을 양성하는 북한 축구의 요람이다. 북한은 외국인 지도자들을 초빙해 어린 선수들에게 선진 기술을 전수하도록 하고, 테스트를 통해 정기적으로 부진한 선수들을 걸러내는 등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유망주들을 키우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AFC U-14 동아시아 축구대회 여자부에서 우승한 북한 대표팀 선수들의 대부분은 평양 국제축구학교 출신이었다.

지난 3월 29일엔 평양 국제축구학교 제1기 졸업식이 열렸다. 이날 졸업장을 받은 31명의 학생들은 4.25체육단, 압록강체육단, 기관차체육단 등 전문 체육단에서 본격적인 선수생활을 하게 된다.

2012년 12월 한국 여자 대표팀을 맡은 뒤 이듬해부터 매년 북한을 상대하고 있는 윤덕여 감독은 “북한 여자 축구가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북한은 정책적으로 여자 축구를 장려하고 있다”며 “북한 여자 축구는 많은 지원을 받아 매년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층이 두터워 특정 선수가 빠져도 그 선수를 대신할 수 있는 선수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U-17 월드컵, U-20 월드컵 우승 주역들이 그대로 성인 대표팀으로 간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고 덧붙였다.

북한 여자 축구가 강한 비결은 비로 체계적인 유스 시스템으로 화수분처럼 샘솟는 유망주들과 국가 차원의 지원 그리고 선수들의 강한 목표의식이다. 북한 여자 축구는 갈수록 강해질 전망이다.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 단장으로 평양에 간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남측과 북측이 한 팀이 된다면 정말 강한 팀이 될 것 같다”며 “1991년 포르투갈에서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8강에 오르는 등 (단일팀이) 잘 했다. 북측은 힘쓰는 운동에 강하고 우리는 기술이 좋으니 정말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고 말했다.

북한 여자 성인 대표팀과 달리 남자 성인 대표팀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12개 팀이 겨루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국제축구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한 남자 대표팀은 지난해 5월 노르웨이 출신의 예른 안데르센 감독을 선임해 2018년 3월까지 대표팀의 지휘봉을 맡겼다.

평양=공동취재단,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