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이들리브 화학무기 공격으로 숨진 시신에서 사린가스가 사용된 정황이 발견됐다. 사린가스는 나치가 학살을 위해 개발한 맹독성 신경작용제로 독성이 청산가리보다 수백 배나 강하다. 인체에 퍼져 장기 조직이 망가질 때까지 작동하며 1∼10분 내 사망에 이르게 한다. 1995년 일본 옴진리교 사건 때 11명을 사망케 한 바로 그 가스다. 이런 탓에 화학무기금지조약에 따라 사용이 전면 금지돼 있다. 국제법을 떠나 화학무기 사용은 문명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반인도적 만행이자 극악무도한 범죄 행위다.
86명의 사망자 가운데 어린이는 30명, 여성이 20명이었다. 9개월 된 쌍둥이를 잃은 한 시리아 남성의 비통한 사연을 접한 국제사회는 분노하고 있다. 서방사회는 ‘중동의 살인마’ 알아사드 정권이 이끄는 정부군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알아사드 정권의 잔혹 행위가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2013년 다마스쿠스 외곽 구타에서 염소가스 공습으로 1429명의 목숨을 빼앗은 바 있다. 최근 6년 새 다마스쿠스 인근의 한 수용소에선 최대 1만3000명이 사형되기도 했다. 알아사드 정권이 인간이 최소한 지켜야 할 레드라인을 넘어선 지 이미 오래인 셈이다. 반인륜적인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 누구도 알아사드 정권을 보호해선 안 된다.
국제사회의 단호하고도 통일된 대응이 요구된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을 넘어 알아사드 정권 축출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반정부군 소행”이라며 시리아를 감싸고 있는 러시아는 각성해야 한다. 인류 공공의 적인 화학무기 철폐에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이 불과 이틀 만에 시리아 공군기지에 토마호크 미사일 60∼70발을 발사한 것에 주목한다. 김정남 암살에 화학무기 VX를 사용했던 북한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기 바란다.
[사설] 사린가스로 어린이 목숨까지 앗아간 시리아 정권
입력 2017-04-07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