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射倖)은 요행, 즉 뜻밖의 행운을 바란다는 말입니다. 우연한 이익을 얻고자 요행을 바라거나 노린다는 뜻이지요.
射는 원래 身(몸 신) 옆에 寸(마디 촌) 대신 矢(화살 시)가 붙어 있던 글자로 사람이 화살을 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倖은 행운을 바란다, 요행을 기대한다는 말이지요.
“자, 준비하시고∼ 쏘세요.”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전에 주택복권 당첨자를 가릴 때 TV에서 듣던 말입니다. 돌아가는 동그란 숫자판에 화살을 쏘아 맞혀 번호를 정했지요. 요행, 행운을 쏘는 것이 ‘사행’이니 이게 글자 그대로 사행이었다 하겠습니다.
‘사즉생 생즉사’라는 말을 듣는데, 이순신이 난중일기에 ‘必死則生 必生則死(필사즉생 필생즉사, 죽음을 무릅쓰면 살 것이요 꼭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라고 적은 데서 온 것입니다. 오기의 ‘오자병법’ 치병(治兵, 군대를 훈련함) 편에 나오는 ‘필사즉생 행생즉사(必死則生 幸生則死)’가 기원이라 하겠습니다. 여기에 倖과 통용되는 幸(다행 행)이 나오지요. 필사적으로 싸우면 살 것이요 ‘요행히’ 살기를 바란다면 죽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삶의 여유가 없고 힘겨워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복권이나 경마 같은 사행산업이 ‘번창’한다지요. 사행심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하지만 사행이 오락의 범주를 넘는 순간 사행(邪行, 옳지 못한 행위)이 됩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요행을 바라거나 노리는 ‘사행’
입력 2017-04-08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