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권율정] 차기 대통령은 제12대여야

입력 2017-04-07 17:19

불과 한 달 뒤 전임 대통령 탄핵에 따른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그런데 정부는 물론 모든 언론들이 예외 없이 제19대 대통령 선거라고 하는데 과연 맞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차기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사람은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이 되는데,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외국인이 봐도 차기 대통령 앞에 18명의 대한민국 대통령이 재임했다고 자연스럽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상은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직전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우리나라 대통령은 18명이 아닌 11명이다.

그러한 기형적 결과가 나온 배경은 우리나라 대통령 대수는 재임한 대통령 개인에 두지 않고 오로지 선거 횟수(election term)에 기준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19대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차기 대통령에 대해 ‘제19대 대통령’이라는 표현보다는 ‘제19대 대통령 선거 대통령’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는 방법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표현상으로도 어색하기 짝이 없다.

대통령제의 세계적 전형이고 우리에게도 여러모로 벤치마킹 대상인 미국은 대통령 재임 대수를 초대 조지 워싱턴부터 지난 1월에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까지 모두 대통령 당사자에게 두다보니 228년의 대통령제 역사이지만 45대로 이어져 왔다. 우리는 헌정 70년이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곧 19대라고 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대통령 재임 대수로 미국을 추월할 것 같다. 참고로 역대 미국 대통령 숫자가 그렇다고 45명은 아니고 제22대와 제24대는 동일인인 클리블랜드 대통령이어서 정확히는 44명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대로 4선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정확히 12년1개월 조금 넘게 재임했어도 제32대 대통령이다. 반면 가장 짧은 기간의 대통령은 윌리엄 해리슨 대통령으로 취임하자마자 폐렴 증세로 갑자기 서거해 한 달밖에 재임하지 못했지만 제9대 대통령이다. 재임 기간을 비율로 보면 125대 1이 넘지만 4선의 루스벨트 대통령이라고 해 제32대에서 33, 34, 35대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 3대까지,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이 5대에서 9대까지, 그리고 전두환 대통령이 11대와 12대로 단절 없이 연속 재임에도 불구하고 선거 횟수에 기반을 두어 복수로 기록되어 있다보니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단임을 한 윤보선 대통령과 현재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돼 있는 최규하 대통령을 비롯해 현재 헌법 하에서 치러진 제13대 대통령 선거 이후에는 단임제이어서 자연스럽게 한 번의 대수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통령 재임 대수는 굳이 글로벌 시각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합리적인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번 기회를 통해 재임 대수에 대해 누가 봐도 이해하기 쉽게 더 이상 선거 횟수에 둘 게 아니라 누가 대통령으로 재직했는지에 기반을 두고 순서를 정해야 한다.

최근 1에서 11까지 연속적 숫자 나열이 국회의 탄핵의결 불참, 찬성, 반대 등의 숫자부터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정일과 시간까지 공교롭게 겹쳐 세간의 관심을 끌었었다. 여기에 숫자 12를 추가한다면 바로 다음 대통령은 이제 제19대가 아닌 제12대 대통령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무리일까.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