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 나온 개성공단 기업인들 “北 근로자 생각나서… ”

입력 2017-04-06 21:44 수정 2017-04-07 00:59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이 6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 2그룹 A(4부리그) 4차전 남북 대결을 지켜보며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맨 오른쪽과 다섯 번째 사람이 신한물산 신한용 사장과 녹색기술 박용만 사장. 강릉=서승진 기자

“북한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들을 보니 개성공단에서 데리고 있던 북한 여자 근로자들이 생각나네요.”

6일 역사적인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대결이 열린 강릉하키센터에서 개성공단 기업인들을 만났다. 개성공단에서 어망과 통발 등을 생산했던 신한물산 신한용(58) 사장은 시간을 내서 충남 예산에서 이곳 강릉까지 찾아왔다. 섬유업을 하는 녹색섬유 박용만(57) 사장도 서울에서 북한 선수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 왔다.

이들은 경기가 시작되자 남북공동응원단과 함께 북한 선수들을 응원했다. 그들의 얼굴엔 반가움이 가득했다. 정부가 지난해 2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벌이자 국민 신변안전을 이유로 곧바로 개성공단을 폐쇄한 이후 이들은 동병상련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신 사장은 북한 선수들을 보니 옛 북한 여자 근로자가 떠오른다고 했다. 20대 초반 비슷한 나이와 까무잡잡하고 순수한 얼굴이 너무 닮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럴 줄 알았다면 초코파이 하나 더 줄 걸. 배구공 하나 더 사달라고 했을 때 사줄 걸 하는 생각이 난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박 사장도 “개성공단이 활기찼던 시절 아침에 출근하며 환한 미소를 짓던 애들이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신 사장과 박 사장은 개성공단 폐쇄 이후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로 공장을 옮겼지만 인건비 등의 문제로 매출액이 개성공단 폐쇄 전보다 30∼40%가량 줄었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으로 입주기업 전체가 2500억원의 손실을 냈고, 퇴사 직원은 1000명 이상이나 됐다. 박 사장은 “주변에 사업을 접은 사람들도 많다. 하루빨리 정상적으로 가동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남북이 이렇게 한 곳에서 선의의 대결을 펼치고 있는데 정작 정치·외교 상황이 너무 안 좋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 사장은 “여기엔 북한 선수가 찾아왔고, 평양에는 우리 여자 축구선수들이 갔다. 그런데 어제는 동해에 미사일이 떨어졌다. 정말 아이러니하다”고 했다.

그들은 정치적인 상황은 차치하더라도 민간 교류는 계속 이어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지금까지 통일대박이니 통일항아리니 구호만 남발됐다. 그런 식으로 남북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개성공단과 같은 민간 교류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나고 이들은 오랜만에 회포를 풀기 위해 소주 한잔 하러 간다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 뒷모습이 매우 쓸쓸해 보였다.

강릉=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