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인천에서 한 여고생이 초등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여고생은 조현병(정신분열)을 앓고 있었다. 10대 소녀가 극단적인 감정을 키워가는 동안 같은 학교에서 생활하는 그 누구도 이를 몰랐다. 학교는 방황하는 아이들의 손을 제때 잡아주고 있을까.
경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5년째 전문 상담사로 있는 김모(47·여)씨는 위기학생 상담을 맡고 있다. 그는 대체로 하루에 학생 5명씩 총 4, 5팀과 상담을 진행한다. 한 팀이 상담하는 데 1시간씩, 하루 상담시간만 5시간에 이른다.
그는 “학생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듣고 적절한 상담을 해주려면 5시간 동안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며 “전교생이 1400명인데 혼자서 상담을 하기 벅찰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씨는 그나마 상황이 낫다. 지역의 규모가 작은 학교는 상주 인력 없이 선생님 한 명이 주변 학교 몇 군데를 돌아다니며 순회 상담을 한다. 긴밀한 상담이 되려면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지만 여건은 학교에 상주하는 상담사보다 더 열악하다.
6일 교육부에 따르면 학교폭력 예방, 학교 적응 등을 위해 상담을 전문적으로 하는 교사는 전국에 2182명이 있다. 비정규직인 전문 상담사 3853명도 활동 중이다.
전국 초·중·고교 1만1526개교 중 상담교사나 상담사가 1명이라도 상주하는 학교는 평균 10곳 중 4곳(41.1%)이다. 상담교사만 고려하면 16.2%에 그친다.
일반 교사처럼 임용고시를 통해 채용된다. 학교 상주 상담교사는 1872명이고, 나머지는 지역교육청이나 시·도교육청에 배치돼 있다. 전문 상담사는 2906명이 전국 초·중·고교에 배치돼 있고, 나머지는 역시 지역이나 시·도교육청 소속으로 위센터·위스쿨 등에서 일한다. 전문 상담교사 제도는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다. 2005년 교육지원청에 전문상담순회교사를 배치한 것을 시작으로 2007년 전국 학교로 확대됐다.
교육부는 “올해 115명의 상담교사를 더 채용했고, 배치를 앞두고 있다”며 “더 많은 전문 상담교사를 배치하고 싶지만 기획재정부와 행정자치부가 협의를 해야 하는 문제이므로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상담교사가 상주하지 않고 순회 상담하는 경우 가장 우려되는 점은 상담의 질적 저하다. 학생의 가정환경 등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거나 유대감 형성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경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상담교사는 필요한 일이 있으면 와서 해결하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아이들과 지속적인 신뢰 관계를 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유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상담실장은 “아이들이 고민이 있을 때 즉시 상담하기 어렵다보니 학부모들도 학교 내 상담보다는 비용을 들여 외부의 사설 상담센터를 찾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위기학생 관리에 머물고 있는 상담 서비스의 저변도 넓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학교 내 상담사 제도가 우리보다 앞서 시행된 미국은 학생의 학업, 진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종합적인 상담을 지원한다. 이동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상담은 부적응 학생에만 특정되는 게 아니라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현재 학교 내 상담은 부적응, 폭력 등 문제 해결의 관점에서만 이뤄지지만 앞으로 인력을 늘려 전 학생적인 서비스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겉도는 학생 전문상담… 교사 1명이 1400명 담당
입력 2017-04-07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