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었다” 트럼프, 시리아 정부군에 경고

입력 2017-04-07 05:01
시리아인 압둘 하미드 알유세프가 지난 4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주 칸셰이칸에서 화학무기 공격으로 추정되는 공습으로 숨진 쌍둥이 아들과 딸을 안고 공동묘지로 향하는 차에 앉아 있다. 생후 9개월된 쌍둥이는 공습 후 10분 만에 숨졌다. 알유세프는 쌍둥이를 묻기 전 아이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아빠한테 작별인사는 하고 가야지. 애들아 얼른 인사해줘"라며 울먹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작은 사진은 쌍둥이의 생전 모습. 알유세프는 부인과 다른 친척 등 모두 22명의 가족을 잃었다. 당시 공습으로 어린이 30명을 포함해 최소 80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정부군 소행으로 추정되는 화학무기 공격과 관련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정면 대응을 천명했다. 미국은 사태 조사를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결의안 채택을 러시아가 반대하자 독자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경고했고, 러시아는 자체 결의안을 내놨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5일(현지시간)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과 백악관에서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화학무기를 동원한 민간인 살상은) 인류에 대한 끔찍한 모욕으로 선을 넘었다”고 비난했다. 또 “어린이에 대한 공격은 큰 충격을 안겼다”며 “시리아와 알아사드에 대한 나의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이런 악랄한 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그러나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알아사드와 러시아, 이란은 평화에 관심이 없다”며 “양심 없는 인물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는 지난 6년간 자국민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잔학행위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란은 알아사드의 군대를 강화시켜 왔고, 러시아는 유엔 제재로부터 알아사드를 방어하고 있다”며 “유엔의 집단적인 임무가 계속 실패한다면 독자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주 칸셰이칸에서 화학무기 공격으로 최소 80명이 사망하자 미국 등 서방은 진상 규명을 위한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반대로 이날 결의안 표결은 연기됐다. 안보리 회의에서 블라디미르 사프론코프 유엔 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는 서방 국가들의 결의안 초안을 비판하며 실질적 조사에 중점을 둔 자체 결의안 초안을 제안했다.노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