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엔터스포츠] 마스터스 ‘아멘 코너’, 너무 힘들어 저절로 나오는 기도

입력 2017-04-07 05:01
지난해 4월 11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2016 마스터스 대회에 수많은 갤러리들이 모여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골프선수들의 ‘꿈의 무대’로 불리는 마스터스는 1934년 시작돼 올해로 81회째를 맞이했다. 마스터스 공식 홈페이지
왼쪽부터 마스터스 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아멘 코너’로 불리는 12번 홀의 전경, 지난 5일 오거스타 골프클럽에서 열린 2017 마스터스 챔피언스 디너에 참석한 역대 대회 우승자들의 모습, 오거스타 내셔널 클럽의 목련길 끝에 위치한 클럽하우스 주변 전경. 마스터스 공식 홈페이지
1996년 마스터스 우승자인 닉 팔도(왼쪽)가 이듬해 정상에 오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에게 그린재킷을 입혀주고 있다. 마스터스 공식 홈페이지
김성윤
‘명인열전’ 마스터스가 6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조지아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렸다. 올해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는 모든 골프선수들의 ‘꿈의 무대’다. 1934년 시작돼 올해 81회째인 마스터스의 특징에 대해 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묘목장이었던 오거스타 그리고 그린 재킷

오거스타는 원래 팔려나갈 나무를 기르는 묘목장이었다. 그런데 1933년 이 묘목장을 로버트 타이어 존스 주니어란 변호사가 전부 사들였다. 이 변호사가 바로 ‘영원한 아마추어’ 보비 존스였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1930년 메이저대회 4개를 석권, 골프 역사상 유일한 그랜드 슬램을 작성한 존스는 미국에 브리티시오픈 만큼이나 권위 있는 골프대회를 만들고 싶다는 소년 시절의 꿈을 이 묘목장에서 실현시켰다. 이듬해인 1934년 제1회 마스터스가 열렸다. 영원한 아마추어 존스의 뜻을 기리기 위해 마스터스는 1회 대회 이후 지금까지 대회 주최권을 기업 스폰서나 미국프로골프협회(PGA) 등 경기 단체에 주지 않고 있다. 다른 대회와 달리 코스 내 어디에도 상업적인 광고를 허용하지 않는다.

마스터스의 상징은 그린 재킷이다. 그린 재킷은 1937년부터 유래됐다. 마스터스 기간 중 밀려드는 갤러리와 회원을 구분하기 위해 그린 재킷을 입도록 한 게 시초였다. 재킷의 색상은 마스터스 코스인 오거스타의 그린에서 따왔다. 전년도 챔피언이 당해 연도 챔피언에게 그린 재킷을 입혀주는 전통은 1949년 샘 스니드가 우승할 때부터 시작됐다. 챔피언은 1년 동안 재킷을 집으로 가져갔다가 이듬해 대회 때 클럽에 반환하는 것이 전통이 돼왔다.

콧대 높은 오거스타

오거스타 골프클럽 회원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현재 클럽 회원은 300여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제 아무리 권력이 있고 돈이 많더라도 정식 회원으로 가입하기 힘들다. 회원 중 사망자가 생겨야만 대기자 중에서 한 명이 보충된다고 한다. 금녀(禁女) 골프장으로도 악명이 높았다. 2012년 8월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이 첫 여성회원이 됐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화다.

콧대 높은 오거스타는 그린을 밟을 선수도 엄선한다. 매년 출전선수는 90명 안팎에 불과하다. 다른 3개 메이저대회에 140명 정도가 출전하는 것보다 3분의 1정도 작다. 올해는 모두 94명이 출전한다. 한국 선수로는 안병훈과 왕정훈, 김시우가 최정상급 골퍼들과 맞대결을 벌인다.

오거스타는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관리하기 위해 매년 10월 초·중순부터 마스터스 대회 직후인 5월까지만 코스를 개장한다. 나머지 기간은 코스 관리를 위해 문을 닫는다. 세계 4대 메이저대회 중 유일하게 마스터스만 매년 장소를 바꾸지 않고 오거스타에서만 열린다.

아멘 코너, 그리고 타이거 우즈

오거스타의 상징은 11∼13번홀의 ‘아멘 코너’다. 공략이 너무 어려워 선수들이 이 홀들을 지날 때마다 절로 ‘아멘’ 소리를 낸다고 해서 붙은 별칭이다. 그만큼 악명 높다. 특히 12번홀은 전장 155야드에 불과한 파3홀이지만 매년 어이없는 샷이 속출한다.

지난해엔 마지막 라운드에서 선두를 달리던 조던 스피스가 공을 두 번이나 물에 빠트렸다. 결국 쿼드러플 보기를 범하며 이 홀에서만 4타를 잃고 순식간에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다. 2011년 최종라운드에서 4타 차 선두로 출발한 전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는 4퍼트 더블보기로 무너졌다. 로코 메디에이트는 2006년 공동선두를 달리다가 공을 3개나 워터해저드에 빠뜨리며 이 홀에서만 7오버를 치는 믿을 수 없는 성적표를 받아 들였다. 1980년에는 톰 와이스코프가 10오버파 13타로 데큐플(decuple) 보기를 범했다. 마스터스 역사상 최악의 스코어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이 홀에 대해 “1931년 이곳에서 아메리칸 인디언의 무덤이 발견됐다”며 “인디언 영혼 때문에 이상한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고도 했다.

마스터스하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빼놓을 수 없다. 우즈는 1997년 이 곳에서 황제 대관식을 열었다. 마스터스 사상 최연소 챔피언이자 흑인 최초 메이저대회 우승자였다. 붉은 상의를 입고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치며 포효하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도 이곳에서 시작됐다. 다만 우즈는 올해 허리 부상으로 아쉽게 출전을 포기했다.

■ 2000년 오거스타 경험 김성윤의 소회
“유명세 부합 최상 그린… 구름 관중 인상 깊었죠”


“최고의 골프장, 그리고 구름 관중이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골프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을 밟아 본 한국 선수는 올해까지 단 13명에 불과하다. 이 중 1999년 US 아마추어 선수권대회 준우승 자격으로 이듬해 오거스타를 누볐던 김성윤(35·사진)에게 6일 마스터스 경험을 들어봤다.

김성윤은 대회가 열리기 몇 달 전 1주일 동안 오거스타에서 연습 훈련을 가졌다. 그런데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고 했다. 그는 “전경과 그린, 페어웨이 모든 게 다른 골프장이 돼 있었다. 잔디 높이도 달랐고, 페어웨이와 그린이 엄청 딱딱했다. 이래서 이 골프장이 유명하구나하고 생각됐다”고 회고했다. 따라서 날씨가 좋으면 오히려 코스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비가 오면 딱딱한 그라운드가 부드러워져 잘 칠 수 있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악명 높은 아멘코너에 대해 김성윤은 “한 번에 무너질 수도 있고, 단번에 타수를 줄일 수도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트리플보기를 범하기 쉽지만 버디와 이글도 많이 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히려 18번홀이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18번홀은 티박스부터 나무가 양쪽으로 150야드 정도 쭉 뻗어 있기에 티샷을 치는 데 부담감이 컸다”고 말했다.

갤러리 수도 다른 대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1∼18번홀 모두 티박스에서 그린까지 갤러리가 꽉 차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몰려다니지 않고 한곳에 자리 잡고 경기를 보는 듯했다”고 전했다.

세계 유명 선수들과의 만남도 유쾌했다. 미국골프협회(PGA) 투어 14승의 프레드 커플스와는 연습라운드를 같이했고,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는 파3 콘테스트를 함께했다. 그리고 저녁에 우즈, 마스터스 우승자 출신의 마크 오메라와 저녁식사도 했다. 우즈는 그에게 “아직 어리고 기회가 많다. 마스터스를 즐겨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그는 왕정훈, 김시우 등 처음 이 대회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들에게 “마스터스는 다른 대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라며 “한 주 동안 경기라는 개념보다 오거스타 안에서 즐기고 나왔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글=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